나의 문학은 게을렀고 오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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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오름

브런치 내에서 인기를 올릴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다. 나는 그 방법을 자세히 찾아본 적은 없기에 그 요소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보이는 글들의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길 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허풍이 가득 차 있어서일까. 오만하게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계속 시를 쓰다 보면 분명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고 언젠가는 인기 작가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당연하게도, 브런치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5편 정도의 시를 올렸을 때쯤, 라이크의 수는 줄어만 가고 조회수는 하향 곡선을 그리며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문학에 대해 싫증을 느낀 첫 번째 기억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할 것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했고 사람들이 미워졌다.


아니, 미워졌다는 표현보단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오만했고 건방졌다. 이런 나를 돌이키기 싫었지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서 가감 없이 말한다.


다시 한번 참 오만했고... 정말 건방졌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열심히 하지 않았다. 난 그게 무엇이든 열심히 해본 기억이 딱히 없다. 내가 성공해 본 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그래서 시를 쓸 동력이 없어진 기분이었다.

나만 쓰면 뭐 하나, 알아봐 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를 몇 개 읽어보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시를 더 읽으려는 노력도, 이미 쓴 시의 뻔히 보이는 부족한 부분을 고쳐보려는 노력도, 시를 쓰기 위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 또한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내가 한 생각들과 나의 무기력함, 게으름이 잘못됐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작심삼일이고,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원체 게으르고 타고난 귀차니즘이 있어서(변명인 것도 안다) 하나를 깊게 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론 잘 안된다. 그래서 브런치 연재를 선택해 놓고는 당일에 글을 올린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느낌이 오는 하루에 몰아 쓰곤 했다.




술을 꽤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온 어느 날 생각했다.


대체 글은 언제 쓰지. 뭐라도 해야 하는데. 진짜 하고 싶은 거 맞아? 괜히 뽐뿌 와서 스스로 속이는 거 아니고? 다시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일주일에 한 번 시 하나 써서 올리는 것도 이렇게 됐는데 내가 나중에 소설이란 것은 도전할 수 있을까. 매일 열심히 글을 쓰는 다른 분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닐까.


그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블로그를 닫고, 브런치에 올린 시 중 막 써 내려간 글들을 모두 지웠다. 워낙 버리는 것을 잘 골라내지 못하는 성격이었긴 해도, 꽤나 걸러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켜서 ‘시’, ‘시집’, ‘시 사이트’, ‘시 출판’, ‘시 연재’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위에 뜨는 모든 사이트에 접속해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술김에.

가장 많이 보이는 키워드는 ‘공모전’이었다. 사실 전부터 지금까지 공모전이나 대회하고 나는 꽤나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찾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모집 조건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게으른 생각 때문이다. 자만심에 찌들어 있던 나는 언제든 공모전에 도전을 하면 입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절대 만만하지 않고 같은 공모전을 노리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쯤엔 조금 알긴 했다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술기운이 더해지니 결심으로 바뀌었다.


그 주에, 도전할 만한 공모전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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