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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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오름

모든 창작 활동의 문은 좁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이것이 시를 쓰기로 다짐하고 가장 처음 생각한 나의 마음이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충분히 많은 자신감을 가졌다. 자존감이 높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시를 쓰려고 생각했을 때 문은 좁지만 내가 들어갈 만한 공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문장은 심금을 울리고 공감을 얻기에 충분히 괜찮다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왔으니까.

마침 날씨가 좋았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남들과 하는 대화가 아닌 혼잣말이 하고 싶어졌고 바로 메모장에 떠오른 것들을 옮겨 적었다. 그저 옮겨 적자니 정말 혼잣말이 되어버렸기에, 말들을 조금 예쁘게 꾸며보았다. 밋밋한 것들을 그럴듯한 단어들로 바꿔주고, 다른 시에서 본 것 같은 분위기를 집어넣어 보니 그럴싸한 시가 된 것만 같았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동안 시 하나를 완성했지만, 막상 보여줄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내가 발견한 것은 네이버 카페, 블로그, 매거진 사이트, 브런치스토리였다.


네이버 카페는 전체적으로 활동이 뜸한 듯 보였다. 카페 회원 수는 많았고 간간이 글은 올라왔지만, 그 주기가 너무 길었다.

매거진 사이트는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공모전에 당선이 되거나, 추천을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이었고, 시는 그중에서도 극소수였다.


내가 도전해 볼 만한 것은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였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선 심사를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글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내 글을 제출하기 전, 블로그에 내 시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나는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한 마음이 절반이었고, 갑자기 알고리즘을 받아 사람들이 많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반이었다. 그렇게 내가 버스에서 만들어낸 첫 번째 시를 블로그에 게시했다. 역시나 반응은 참담했고 예상했던 대로였다. 처음이니 당연하다 생각했고, 꾸준히 쓰는 마음만 잃지 말자 다짐했다.


그렇게 시를 쓸 수 있을 때마다 썼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거나 시간이 뜰 때, 가끔 혼자 맥주를 먹고 기분이 센치할 때. 1주일동안 시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를 5개쯤 채워 블로그에 올렸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써둔 시들을 브런치스토리에 그대로 제출하였다. 합격 메일은 바로 당일에 왔고 나는 그날에 시집 형식의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써두었던 시들을 업로드하였다. 이것이 내 브런치스토리 활동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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