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글쓰기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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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오름

처음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에세이가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 1년 전쯤 내가 쓰기 시작한 것은 시였다. 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대학에서 듣던 한 교양 수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과제량이 엄청났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나에게 교양 수업이라고 하면 ‘학점 채우기’를 돌려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며 교양을 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 문학 강의를 수강한 이유도 1교시가 아니라서, 문학이라고 하니 가벼워 보여서, 수강 인원이 많으니 나에게 교수님의 질문이 오지 않겠다 싶어서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절대 가볍지 않은 수업이었고, 강의 시간은 정해진 시간을 넘겼으며, 질문도 여러 차례 받게 되었다. 이뿐 아니라 매주 교수님이 제시한 단편 소설 한 권을 읽고 감상평을 생각해 와야 했고, 중간과제로 2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의 에세이를 써와야 했으며, 기말고사 때는 정해진 시간 없이 창작물과 에세이를 쓰며 학교에 밤까지 남아 있어야 했다.


첫 번째 단편 소설을 접했을 땐 이게 뭔가 싶었다. 2000년대 초반에 쓰인 현대 소설이었는데, 내용은 난해했고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셨고 본인이 생각한 작가의 의도와 장치들을 설명해 주셨다. 나의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이해가 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매력적이었다. 나의 호기심을 깨웠고 사람의 시선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생각대로, 의도대로 쓴 글이 남들에게는 해석해야 할 난해한 글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나의 머리를 뒤덮었다.

지금 생각하면 괘씸하지만, 그런 ‘홍대병’이 아직도 나에게는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주 읽어가야 할 단편 소설들을 빠짐없이 전부 읽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쓸 수 있겠는데?”였다.


하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정말 떠올리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쓸만한 것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끔가다 떠올린 아이디어들은 너무 흔해 빠졌고, 1000자쯤 쓰고 다시 읽어보면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몇 시간씩 멍을 때리지는 않았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원래 나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에 갈 때, 좋아하는 노래를 무한 재생하며 듣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곤 한다. 그런데 그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나에게 있어 좋은 날씨란 비가 오고 난 다음, 축축하게 젖어 있는 아스팔트 도로 위 강한 햇살이 떨어지는 그런 날씨이다. 그런 날은 공기의 냄새도 좋고 온도도 적당히 따스하다. 그래서 나는 노래도 듣지 않고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 창밖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아. 소설 써야 하는데.’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왜 억지로 소설을 써야 하지? 억지로 쓰는 게 소설인가.’ 단지 내가 쓰고 싶다는 이유로 소설 쓰기는 언제 내 마음속 과제 1순위였다. 단지 뒤로 계속 미뤄지는 1순위.


갑자기 가슴이 홀가분해졌다. 소설을 몇 달 안에 쓰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소설을 쓰라고 협박하는 이도 없었다. 마음 한켠에 과제로 남아 있던 소설이라는 과제는 이제 우선순위도 후순위도 아닌, 언젠가의 목표로 남아버렸다. 그것도 아주 확신이 가득 찬 목표였다. 어느 순간 발상만 떠오른다면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마음속 문학의 정체는 용납할 수 없었다. 뭐라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당시 내가 생각한 문학의 종류란 크게 두 가지였다.


소설


문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작품 활동으로 에세이가 있었다. 하지만 에세이는 아니었다. 제대로 써본 적도 없지만 쓰려고 했던 적도 없거니와 내가 생각하는 글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글쓰기란 시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오래 들일 필요도 없었고 일상을 포착하는 것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마침 날이 맑았고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