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죽어 있던 승부욕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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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오름

당선자 발표라는 새로운 게시글을 본 순간 가슴은 미친 듯이 두근댔고,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 시 때문에 발표가 늦은 건가, 하는 부끄러운 착각도 들었다.


“정말 됐으면 어떡하지? 진짜 시인이 되는 건가?”

“아직 여자친구 말고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는데, 자리로 돌아가서 자랑해야 하나?”

“부모님한텐 말해야 할까?”


내 시들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떨리는 손으로 게시물을 클릭했다.


시 부문 당선은 총 8명, 나의 이름은 없었다.

이름은 보지 않고 작품의 제목만 먼저 확인하였는데, 내가 쓴 작품은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이번엔 이름 쪽을 쭉 둘러봤다. 역시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내가 그때 당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모르겠다. 역시 조금 아는 것이 아예 모르는 것보다 무섭다더니, 딱 들어맞는 말이다. 당시 나는 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시를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구상하는 법도 몰랐고, 배경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냥 머리와 가슴이 말을 했고 손이 가는 대로 썼다. 그리고 한 번 쓴 시는 전혀 고치지 않았다. 쓰는 순간의 감정을 고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의 시를 제쳐두고 당선이 된 다른 시들을 보고 싶었지만 내가 공모한 문예지는 그럴 수 없었다. 당선된 시를 따로 올려주지 않았다. 문학으로 인해 처음 분했던 순간은 이때였던 것 같다. 브런치에서 아무리 라이킷을 못 받아도, 팔로워가 늘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분한 감정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은데.


공모전에 떨어지고 나니 다시 자리로 돌아갔을 땐 그렇게 재밌던 술자리가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 술기운도 있어서인지, 시를 쓰고 당선 발표를 기다리는 설렘보다 이런 술자리가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깐 하였다. 물론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그 생각은 지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시를 쓰는 게, 아니 문학을 하는 게 좋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분하다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어릴 때는 꽤 승부욕이 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된 후로는 자잘한 것을 제외하고는 승부욕이 전혀 없어졌다. 그냥 그러려니, 될 대로 되겠지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공모전에 떨어지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승부욕을 느꼈던 것 같다.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들, 공모전에 당첨된 시들을 찾아 읽어 보았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난해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문장 구조가 왜 이런지도 몰랐다. 뜬금없는 곳에 어울리지 않은 시어가 등장하였고, 아무 말이나 쓴 것 같았다. 가장 큰 공모전에 당선된 시들일 텐데, 하며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고, 그땐 모르고 아직도 잘 알지 못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오만함이 없어진 첫 번째 순간이다. 그리고 문학을 받아들인 순간이기도 하다. 시를 쓰며 참 처음 하는 것이 많다.


그렇게 나는 같은 공모전에 두 번 정도 더 도전했지만 결과는 역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부터는 결과가 어떨지 알고 있었다. 내 시에는 변함이 없었고, 시를 공부하는 방법도 몰랐기 때문에, 이미 썼던 시에서 문법적인 오류 몇 개 고친 것을 가져다 냈을 뿐이었다. 그 이후론 공모전은 잘 보지 않았다. 내 실력이 공모전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보지 않기로 나도 모르게 결심한 것 같다.


(시는 언제고 다시 쓸 것이다. 무엇이든 나아진 후에.)


그 뒤로 활력을 잃었다. 나도 내가 문학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권태기가 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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