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상호를 처음 봤을 때는 식당이름 치고 참으로 철학적이면서 감성적이네 했다.
그곳이 오리전문점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무릎을 탁 쳤다.
DUCK.
이런 걸 일타쌍피라고 하나? 오리집을 나타내면서 여러분 덕분에 먹고 사니 감사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순전히 나만의 해석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하리라 추측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문득 이 식당의 이름이 생각났다. 오리고기가 먹고 싶어서는 아니다.
이렇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감사함과 동시에 여러분 덕 같아서이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지금 내 주위에서 잘 살아 주고 있는 가족들 덕분이 제일 크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자기 일을 너무나 사랑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남편 덕분이 1등이다. 덕분에 아직도 월급을 따박따박 통장에 꽂아 주니 내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이제 그만 사업을 접고 평일의 삶을 즐기라고 권했다가 삐져서 1주일을 말을 안 한 적이 있다. 남자에게 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자기 생각해서 한 말인데 나도 은근 부아가 나서 2주 동안 툴툴거림으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이제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본인이 아직은 계속할 만한 여건이 되고 무엇보다 건강하니까 저러는 거겠지. 덩달아 나도 정퇴를 넘어서도 여전히 출근하고 있으니 피장파장이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부부는 워커홀릭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여러분 덕이다.
언젠가 딸과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
형이하학적이며 본능적인 정의를 내리는 나에게 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의 부재로 나의 일상이 무너지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캬~감동 먹었다.
그렇다.
구순이 되신 친정어머니와 구순을 넘으신 시어머니께서 아직도 정정하게 우리 곁에 계시는 덕분에.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으로 자식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는 엄니 덕분에.
자식들이 건강하고 무탈하니 자기 자리를 지켜 주는 덕분에.
가끔 만나지만 늘 그리운 친구들 덕분에.
학교에 가면 끊임없는 재잘거림과 목젖이 보이도록 순수하게 웃는 아이들 덕분에.
급식 시간마다 나름의 고충과 현실의 애환을 나누며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는 동료들 덕분에.
새벽부터 골목길 청소와 쓰레기를 수거해 가시는 환경미화원 덕분에.
1년 365일 24시간 오픈하는 헬스장 덕분에.
시민의 발이 되는 대중교통이 멈추지 않고 오늘도 열일해 준 덕분에.
덕분에, 덕분에, 또 덕분에.
모두 다 쓰자면 우리 엄마들의 레퍼토리가 나와야 한다.
내 인생을 글로 쓰자면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야 해.
'때문에'라는 말을 '덕분에'로 치환하니 결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린 일본의 전설적인 기업가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의 인생 승리 비결을 한 마디로 '덕분에'라고 고백했다.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갖가지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저는 허약한 아이였던 '덕분에' 운동을 시작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덕분에' 만나는 모든 사람이 선생이어서 모르면 묻고 배우면서 익혔습니다."
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어떤 사람은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들고 이 모양 이 꼴이라고 한탄하고 부모와 세상을 원망하며 주저앉는다. 하지만 그는 '덕분에'로 생각과 행동을 전환했기에 성공한 사업가이며 행복한 인생을 산 것이다.
결핍이 나를 주저앉게도 하고 우뚝 일어서게도 한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결정짓는다.
결핍이 나를 성장시키는 매직을 체험해 보자.
마지막으로,
졸작을 읽어 주시고 라이킷과 댓글까지 달아 주시는 브런치 작가분들과 구독하시는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기쁨으로 시작합니다.
아마도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