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에세이
산할아버지_김창완
개구쟁이 아저씨_김창완
아이유와 '너의 의미'를 환상의 하모니로 불렀던 가수_김창완
'산울림'이라는 밴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던진 음유 시인_김창완
꺼벙한 외모가 순박한 매력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음악가_김창완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며 특유의 넉살과 푸근함을 연기하는 연기자_김창완
라디오에서 수십 년 음악 프로그램 방송지기를 하며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DJ_김창완
에세이, 소설, 동시집에 그림책까지 섭렵한 베스트셀러 작가_김창완
그의 수식어는 너무 많아 나열하기가 힘들고 딱 요것이다 하는 것이 없을 만큼 다재다능 진정한 탤런트이다.
그는 이 시대의 한 획을 그은 큰 산이다.
1977년 록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한 김창완은 1978년부터 꾸준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마음을 빌려 썼다. 그중 23년을 함께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들려준 글들을 모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로 펴냈다. 마음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찌그러진 일상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대표곡으로 '아니 벌써'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청춘' ' 너의 의미''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안녕'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찻잔' '개구쟁이' 등이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 '이제야 보이네' '안녕, 나의 모든 하루' 소설집 '사일런트 머신, 길자'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그림책 '개구쟁이' 등이 있다. -서문-
이 책은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오프닝 멘트와 디어 엉클창 엽서 글을 바탕으로 기획 및 집필되었다는 안내문이 있다.
이 음악 방송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애청자들이 얼마나 많은 위로와 따스함을 선물 받았을지 첫 장을 펼치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세상은 원래 어마어마한 것이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게 당연하지요.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유순한 글이 술술 읽히지만 마음의 매듭을 짓는다.
안타까움, 아쉬움, 슬픔, 외로움, 고통, 번뇌, 상처, 기타 등등.
이 모든 것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감정들이다.
이것들은 하나 둘 추스르고 주머니에 담아 마음의 정리함에 제자리를 찾아 넣는다.
자잘한 돌멩이부터 큰 자갈돌에 더 큰 바윗돌에 찍히고 멍든 우리들 가슴을 자무한다.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입니다.
작가는 동그라미 마흔일곱 개를 그렸는데 이 가운데 두 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하다. 회사 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말자.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는가? 세모라고 하겠는가?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이다. 우리의 일상도.
나도 빈 종이를 꺼내 놓고 동그라미를 딱 마흔일곱 개를 그려 보았다.
생각만큼 예쁘고 제대로 된 동그라미를 그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나도 겨우 3개 건졌다.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되었다.
내 수준에 맞는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을 때 예쁘고 모나지 않은 동글동글한 동그라미가 되었다.
동그라미를 탓할 것이 아니다.
나의 욕심이 잘못한 것이다.
준비된 어른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이기를
아이들은 다 천진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다 지혜롭고 심지가 굳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이 두 가지 작가의 말에 공감, 또 공감한다.
교사가 된 이후에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무게를 더 갔다면, 부모님이 나이 드시면서 점점 더 아이가 되어 가더니 이제 나의 모습도 지혜롭고 너그러울 거라는 어른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흔들리는 어름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준비된 어른이 되기보다는 늘 새로운 어른이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에 나도 살짝 숟가락을 얻는다.
날이 춥지요
"날이 춥지요?" 이 인사말이 참 따뜻하게 들린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밤새 따뜻하게 주무셨는지? 수돗물은 안 얼어 터졌는지? 거동하기 힘든 부모님은 안녕하신지? 이 모든 말이 아침 인사에 들어 있다.
나도 추운데 당신도 춥겠군요. 누가 나와 같다는 게 큰 힘이 된다.
"밥은?" 이 인사말도 함축적이며 따스하다.
나라가 시끄럽고 경제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따뜻한 밥 한 끼는 잘 먹었으면 됐다. 안심이다라는 따스한 응원이 담겨있다.
곧 추워지는 날씨가 오면 매일 아침 만나는 사람마다 "날이 춥지요?" 난로 같은 인사말을 건넬 것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면 상대방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행복하게 해주는 건 틀림없다. 대단한 걸 도모하기보다 그저 산책길에 동반자가 돼주는 거, 주머니에 핫팩을 하나 넣어주는 거, 뭐 그런 거다.
행복한 인생, 뭐 별건가요? 하며 작가는 특유의 히죽이는 웃음을 짓는다.
학기말이 되면 꼭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마니토'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 주고 있다는 짜릿함.
내가 뽑은 상대가 모르게 기쁨과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다는 청량감.
마니또가 공개되었을 때의 무릎을 치는 환희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해마다 한다.
밤사이 일어난 일은 포기와 망각이었다
어제의 근심과 해결하지 않은 숙제는 아침이 와도 바뀐 건 거의 없다.
어제의 고민거리가 저절로 사라졌을 리도 없고, 어제의 고단한 몸이 아침에 청년이 돼 있을 리 만무하지만 달라져 있는 건 분명 있다.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은 포기와 망각이었다.
잠이라는 지우개가 쓸데없는 것 몇 개를 지워버린 것이다.
선뜻 잊을 수 있는 것도 지혜이다. 용서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이다.
역으로 말하면 살아 있는 새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어제의 과오와 어제의 고통과 어제의 실패를 계속 뒤돌아 보며 애달파하지 말자.
우리는 살아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잠, 망각, 용서.
트라이앵글을 잊지 말자.
유한한 인생살이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정표이다.
자고 일어나니 이런 아침이 차려져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_작가
이 아침에 다시 눈뜰 수 있고 선물 같은 오늘을 허락해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_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