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_사람꽃
쌍둥이 손주의 입학식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나도 이 노래를 참 좋아했고 애용했다.
음악전담 교사로 몇 년을 살면서 음악 시간마다 노래 부르고 리코더 불며, 책상춤을 추고 손유희를 하며 많이 많이 즐겼던 노래이다. 그래서 나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생물이 되었다.
주크박스처럼 누르기만 하면 저절로 재생되는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초등학교 교실을 도배했던 나태주 시인의 글이다.
업계 비밀을 실토하자면 '자세히 보아도 도무지 예쁘지 않지만 오래 보면 정이 드는 아이는 있어.'라고 장탄식을 한 적은 있지만.
교실이라는 꽃밭에 아이들은 분명 '꽃'이다.
인화_사람꽃!
"장미꽃이 화려하다, 목련꽃이 청초하다, 민들레가 소박하다." 라고 말들 하지만 꽃 중의 최고는 '인화'이다.
사람꽃,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음유 시인 안치환 가수의 노래가 그래서 가슴 벅차다.
야들야들한 피부와 머루같이 검게 반짝이는 눈동자는 막 피어나는 그 어떤 꽃보다 경이롭다.
병아리 부리 같은 입으로 종알종알 재잘대고 노래를 부를 때, 아이들은 천상의 천사가 된다.
세상의 슬픔과 고뇌를 아직 가슴에 새기지 않은 천진함과 순수함에 눈물겹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내야 할 길이 꽃길만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더 애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따스한 곳이기에 폭풍우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그들에게 주시기를 신에게 기도드린다.
할미꽃도 꽃이고 멸치도 생선이냐던 오래된 썰렁한 농담이 생각났다.
이 세상에 온 모든 생물체는 귀하고 소중하다.
꽃마리, 제비꽃, 이팝나무, 상수리나무, 강아지, 고양이, 병아리, 도마뱀, 미꾸라지, 방아깨비, 귀뚜라미, 지렁이, 생쥐, 뱀까지도.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뱀과 생쥐까지 목록에 넣어 준 건 나로서는 대단한 배려이다.
그들도 이유가 있어서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는 신의 계획을 알기에.
쌍둥이 손주들이 입학식을 한 이후에 이 노래를 집에서도 계속 불렀다.
꼬맹이들의 가슴에도 분명 울림이 있었나 보다.
"할머니, 우리 반 개구쟁이 훈이도, 복도에서 만나면 나보고 돼지국밥이라고 놀리는 석이도 모두 모두 꽃이라는 뜻이지?"
제법 영리한 손녀 지아가 하는 말에 고개를 크게 주억거린다.
"그래 지아야. 아무리 보잘것 없이 작게 피어도 모두 다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지아 너도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고 친구들도 다 소중하니까 존중해 주라는 말이겠지?"
도덕 교과서 같은 훈화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우리 지아가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은 언젠가 싹을 틔우리라 믿는다.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이 가사에서 특히 뭉클하다.
그렇지 않은가.
시궁창에서 피었던 이름을 모르던 꽃을 보고 돌멩이나 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기막힌 표현이다.
봄에 피었던 겨울에 피었던 쥐똥만 하게 피었던 모두 다 '꽃'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꽃들은 다른 꽃과 경쟁하며 피어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생긴 그대로 어느 곳에 피던 모두 다 꽃이다.
동요 가사에 이렇게나 심오한 철학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니 경외감이 든다.
그래서 이 노래의 작사가가 도대체 어떤 분인 지 궁금했다.
'류형선' 작곡가.
류형선 작곡가는, 2014년부터 2년 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하였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숨'엔터테인먼트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시다.
'모두 다 꽃이야'라는 국악 동요 그림책을 발간하셨다.
다양한 사람꽃들이 모두 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