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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도털

by 정유스티나

내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우리 막둥이와 동갑이다. 벌써 결혼을 해서 애가 둘이다. 우리 딸은 아직 결혼 같은 건 생각도 없이 철딱서니 없는 아이인데... 평소 살갑고 말도 잘 통해서 직장 내 메신저로 소소한 수다를 떠는 사이였다. 그런데 우연히 그 이의 딸 이름을 말하는데 막내딸과 같은 이름이지 않는가? 우연치고는 참 재미있다며 손뼉을 마주치며 박장대소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엄마로 대동단결하여 친밀도가 더욱 높아졌다. 각자의 딸내미인 **이 얘기로 의기투합하여 종종 험담도 하고, 울 딸도 자라면 그렇게 되겠지요? 하며 동지애도 느끼며 우리의 애정은 한층 두터워졌다. 그 동료는 나에게 직장 이름을 넣어 ○○엄마라고 불렀다. 나도 나랑 잘 놀아 주지 않는 딸보다 이 딸이 더 좋았다.


“오늘 거국적으로 조퇴하고 카페에 가서 수다 떨까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쇼핑하러 갈까요?”

“주말에 우리 집 옥상으로 캠핑하러 오세요~”


삭막한 직장 생활에 오아시스 같은 오피스 도털이었다. 늘씬하고 쭉쭉 빵빵인 동료와 함께 다니면 간혹 딸이냐고 물어본다. 중년의 아줌마와 20대의 젊디 젊은 새댁이 동료이며 친구라고는 생각을 못할 것이다.

“네, 딸이에요~”

하고는 둘이 배꼽을 잡고 웃으며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한다. 이렇게 이쁜 달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직장에서의 하루하루가 오피스 도털로 인해서 즐겁고 행복하다. 뭔가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공유하는 동료가 생겼다는 것이 참 좋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추구하는 바와 느끼는 감성이 비슷하다면 세대를 초월해서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나이 들면서 제일 경계하는 것이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나이를 훈장이나 벼슬처럼 생각해서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꼰대,

라떼를 지독히 사랑해서 뭔 말만 하면 ‘라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자기만의 굳어진 틀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으려는 꼰대는 적어도 되지 말아야 한다.

막내딸 같은 동료는 나하고 대화하다 보면 나이 차이를 전혀 못 느낀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기보다 더 젊고 진취적으로 살아간다고 감탄한다. 얘기하다 보니 내 자랑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다소 민망하다. 하지만 평소에 늘 깨어 있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하고, 나보다 한 살이라도 젊은이들과 어울리기를 꺼리지 않고 도리어 찾아 나서는 나의 노력이 있기에 흉내는 낼 수 있는 것이리라.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밴드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 오피스 도털이라는 아름다운 신조어를 만든 우리 사이가 오래오래가기를 소망한다.

오피스 도털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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