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토가 안 보여”
출근 준비로 바쁜 나에게 남편이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출근 준비를 했다. 이 방 저 방 분주하게 살피더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아토를 찾으러 다니는 남편은 안중에도 없이 나는 내 볼일로 바빴다. 잠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관문이 열려 있다는 비보를 전했다. 뭐라고? 현관문이 열려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순간 정신이 아뜩해지고 온몸의 털이 일렬로 섰다.
아토로 말하자면 막내딸이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반려묘이다. 딸이 대학생 시절에 독립하여 자취할 때 막 태어난 유기묘를 데리고 와서 키웠다. 4년 동안 까마득히 우리를 속이고 졸업과 동시에 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올 때야 비로소 아토의 존재를 알았다. 나는 기겁했다. 동물을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서워하였다. 특히 고양이는 완전 질색이었다. 특히 고양이의 눈이 무서워 지나가는 고양이만 봐도 십 리 밖으로 도망쳤다. 아토와 함께 살게 해 달라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딸의 말을 한마디로 딱 잘라 매몰차게 거절했다.
“네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엄마보고 평생 네 집에 오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니?”
딸은 친구 집에 고양이를 맡겼다. 그때부터 딸은 나와 삐딱선을 탔다. 최대한 가족 특히 나와 마주치기를 싫어했고, 취직해서 다시 독립했을 때부터는 집에 오는 횟수가 대폭 줄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시퍼런 강이 흐르고 점점 깊어져 갔다. 그런 세월이 7년이 흘렀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삶의 파도에 깎이면서 나의 완고했던 고집불통이 조금 유연해졌다. 동시에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은 딸의 뾰족함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모녀 사이에 훈풍이 부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자, 아토에 대한 나의 마음도 많이 열렸다.
“딸, 아토 데리고 와서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다시 집으로 들어와.”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딸의 폭풍 오열 앞에 무척 당황했다.
“아토와 같이 살려고 악착같이 돈 모아서 아파트를 산 거라고!”
딸이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혼자 살려면 자기의 집이 있어야 한다며, 영혼까지 갈아 넣어 바득바득 아파트를 장만한 이유가 그것이었다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나의 완고함과 편협된 행동으로 딸에게 이렇게나 깊은 상처를 주었다니......’
시간을 되감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도리어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 덕분에 집을 산 것이니 오히려 고마워해야겠네?”
그렇게 딸과 아토. 영혼의 단짝은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아토가 사랑스러웠다. 고고한 자태로 야옹야옹 우는 것이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교태롭기까지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못 찾겠다 꾀꼬리를 하며 숨바꼭질을 하는 바람에 심장이 덜컹한 적은 많았다.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지 아무리 불러도 기척도 없다가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부지기수였다.
어느 날 아토가 유난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저녁밥을 짓다 말고 아토의 얼굴을 감싸고 찐한 뽀뽀를 날리고 있었다. 마침 퇴근하면서 그 광경을 본 딸이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날이 오다니 우리 엄마와 아토의 이런 모습을 보는 날이 오다니.”
아토와 딸의 이야기를 아는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또다시 얼싸안고 다 같이 울었단다.
“참 울 일도 많다. 순수한 아가씨들이라 별일도 아닌 걸로 울기도 잘한다. 인생사 살다 보면 이보다 더 큰 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이걸로 폭풍 오열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울음을 삼키며 태연함을 가장하느라 목울대가 아팠다.
그런 아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순간 딸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진짜 아토를 잃어버리면 우리는 딸에게 죽음이기에 얼굴에 화롯불이 쏟아졌다.
“빨리 1층까지 내려가 보세요!”
잠시 후 허탈한 표정으로 남편이 올라왔다. 진짜 없단다. 큰일 났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머릿속은 산발인 채로 1층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지하 1층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아토야~~~~”
아토가 지하 세입자의 방문 앞에 찌그러져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할큄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토를 안아 보지 못한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듯 아토를 덥석 안아 올렸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젯밤부터 이곳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맨발로 달려 내려온 남편에게 개선장군처럼 엄지 척하며 한껏 의기양양하게 골목길을 달려간다.
살았다.
울 딸에게 죽진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