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젤 시끄럽단다.

by 정유스티나
롤링 페이프





3월의 싱그러운 햇살에 어울리지 않는 칙칙한 아이가 있었다.


얼굴색도 옷차림도 어두컴컴한 것이 그 아이가 처한 마음의 현주소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짠한 아이였다. 거기다가 한 세상을 다 산 듯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매사에 의욕이 보이지 않았다. 수업태도가 좋을 리가 없다.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거나 끊임없이 딴짓을 하느라 나의 말은 귓가에서 튕겨져 나왔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강가에서 물고기를 낚으려는 왜가리처럼 고개를 외로 꼬고 줄곧 바닥만 바라볼 때가 많았다. "**야" 그 아이의 이름을 최소한 10번은 불러야 한 시간 수업이 끝났다.




5월의 눈부신 봄날에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 버리고 하늘하늘 원피스를 입고 등교한 날이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탄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와~선생님. 너무 예뻐요"


두 손을 우아하게 흔들며 마치 연예인이 레드 카펫을 밟듯이 한껏 고양된 마음으로 입장하고 있는데,


"어차피 사람을 그대로예요."


헉! 바로 **다. 평소 말 한마디 안 하던 아이의 전혀 예상치 못한 반감 어린 저항에 적잖이 당황했다.


"응, 맞아 맞아. 사람은 그대로이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대꾸했지만 내 마음에는 스크래치가 났고 아무리 아이이지만 섭섭함과 함께 미운 마음이 들었다. 치사 빵구다.






그 이후 **의 언행이 나의 레이더망에 더 자주 걸린 것은 나의 소심한 복수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공격적인 발언과 행동을 해서 교우 관계도 삐거덕거리는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떠들면 아이들이 득달같이 한 마디씩을 하는 것을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환영받는 것 같지 않았다. 1주일에 딱 2번 들어가는 음악 수업이지만 **가 있는 반에 가려면 심기가 불편하고 심호흡을 하고는 수업에 임하곤 했다. **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학기 초부터 나의 주력 시책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 리코더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운지법도 몰라서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매 음악시간마다 5분씩 연주하고 철저히 검사하는 악역을 맡은 선생님 때문에-덕분에?-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준급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의 연주 실력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 아이의 예쁜 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꾀꼬리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분명히 예쁘다고 시인은 노래했는데 나의 한계가 여기까지 인가하는 교사로서의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2학기에 들어간 어느 가을날 복도를 지나가는데 **가 저 멀리서 크게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평소에는 나를 발견하면 죽을 상을 하고 머리를 최대한 외로 꼬면서 지나쳤기에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감동의 쓰나미가 나를 덮쳤다.


"**야, 이리 와봐, 우리 **가 선생님한테 인사를 하니 내가 너무 행복한걸?"


하고 두 팔을 벌렸더니 **가 와락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아닌가? 저학년도 아니고 4학년 남학생이 와락 안겨들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에 놀람과 감동으로 **를 더 세게 껴안았다.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등만 토닥토닥거릴 뿐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냥 서로의 체온만 나누었지만 무수한 말들이 오고 갔다.


'선생님, 죄송해요.'

'**아, 나도 미안해. 너를 더 사랑으로 껴안지 못했어.'







그날 이후 수업 시간에 **의 변한 모습은 경이롭다. 두 눈 반짝이며 나를 응시하고 수업에 집중하는 것은 기본이고, 리코더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눈부신 속도로 연주 실력이 발전하였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이 떠들 때마다 고함을 지른다.



"얘들아 조용히 하자!"


"얘들아 선생님 목 아프시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를 쓱 쳐다보며 눈빛 교환을 한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수업을 했다. 가끔은 속으로 말한다.


"**야, 조용히 하라고 외치는 네가 제일 시끄럽단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학년말이 되었다. 아이들의 롤링 페이퍼에 나에 대한 고마움을 적어서 전달했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참여한 것은 아니고 주로 여자아이들이 자잘한 정을 표현하며 석별의 아쉬움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중에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의 페이퍼가 구석에서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음악 선생님, 저**예요. 1년 동안 저와 친구들한테 잘해 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5학년 음악 시간에도 복도에서도 만나요. 그동안 감사하고 사랑했어요."




사랑했어요

.

마지막 말에 심쿵한다.

그 아이의 사랑 방법이었구나.

선생님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은 어색하고 안으로 안으로 침잠했구나.

나의 엄격한 잣대와 찬서리나는 꾸지람으로 아이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구나.


에잇, 너 선생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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