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늘어난 것이 많다.
허리둘레, 흰머리, 주름살, 화장실 가는 횟수, 깜빡이는 정도, 매일 복용하는 약의 종류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그래서 종종 우울하고 한숨도 늘었다.
딱 하나 줄어든 것이 있다.
바로 '잠'이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도 늘 피곤에 절어서 이불을 박차고 기상하는 것이 힘들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건 늦잠을 실컷 잘 수 있어서였다.
사흘 밤낮을 잠만 자라고 해도 잘 것 같이 늘 잠이 고팠다.
배우면서도, 가르치면서도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
틈만 나면 책상을 침대 삼아 쪽잠을 자야만 버틸 수 있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카피는 참 많은 위로와 핑계가 되었다.
그런데, 잠이 참 많이 줄었다.
야행성이 아니더라도 저녁에 할 일이 차고도 넘치니,
일찍 잠자리에 든다 해도 오늘 내로 꿈나라 여행은 힘들다.
까딱하면 자정을 넘어 깨어 있을 때도 부지기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나 5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평생 내 옆에서 나를 보살펴 주시던 친정엄마께서 아들인 오빠집으로 가시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우리 가정을 보살피고 총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잠재의식에 깔려 있나 보다.
덕분에 '새벽'의 민낯을 자주 만난다.
온 우주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영롱한 눈망울로 깨어 있다는 것의 희열감은
경험해 보지 않았던 가슴 뻐근한 벅참이었다.
새벽을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지 새벽을 맞이하고 알았다.
'미라클 모닝'을 표방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성장과 생업을 위해 새벽을 달린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독서, 강의 듣기, 간단한 요가를 분단위로 쪼개며 나의 일상에 알곡을 쌓는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중요한 루틴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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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묵묵히 쓰는 사람의 영광을 누릴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새벽과
정분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