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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정거래

LOVE IS ALL

by 정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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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는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주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무한정 일방적으로 퍼 주기만 하는 사랑이지만,


나무는 순간순간 늘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오오오~'


라이브공연장에서 "저 생각보다 예쁘지요?"라고 말해 벅장대소한 남궁옥분도 사랑을 정의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음유 시인 김광석은 읊조렸다.


사랑 때문에 아파해 본 사람은 유행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저며든다.


아마도 유행가의 주제의 으뜸은 단연코 '사랑'일 것이다.


유행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르의 예술 작품의 주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사랑'을 빼고 남는 것이 있기나 할까?



사랑,


참, 고놈.


도대체 네 정체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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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아도 봤고 사랑을 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은 주는 사랑의 농도가 더 짙다.

하지만 그 사랑도 혼자서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면 문득문득 가슴에 삭풍이 불고,

섭섭함이 슬며시 들어와 사랑의 마음을 밀어내고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심장에 생채기를 낸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사랑이 행복하지 않고, 섭섭함을 넘어 괘씸한 마음마저 든다.

심장의 온도가 급강하하며 급기야 유통기한 지난 음식물처럼 폐기처분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래서 섭섭하지 않을 만큼만, 보답을 바라지 않을 자신이 있는 만큼만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사랑을 흥정하거나 계산하라는 말은 아니다.

주었으면 뒤돌아 보지 말자! 기대하며 치사해지지 말고.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이만큼 너를 사랑하고 나름 희생이라는 것도 했는데 너는 나한테 왜 그렇게 냉정한 거니?

억울하고 화나고 짜증 나고 마지막은 비참하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은 사람은 온전하게 행복한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기대와 도를 넘은 요구가 거듭될수록 부담스럽고 사랑에 치여서 숨쉬기 힘들며 종국에는 사랑에 익사하기도 한다.

사랑의 가면을 쓴 폭력이다.

가족, 친구처럼 가깝고 소중한 사람 사이에서 발생 빈도가 더 높은 악성 바이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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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나 좀 내 버려두라고, 제발 당신의 길을 가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사람의 도리나 인간이라는 도덕적 굴레 때문에 언감생심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곪아간다. 게다가 사랑을 준 사람은 도대체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어리둥절한 공격에

도망갈 비상구를 눈 앞에 보면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다.


사자와 소의 사랑이 되는 것이다.

사자는 내가 먹고 싶은 것 꾹 참고 이렇게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를 너에게 주는데.

소는 내가 먹어 치우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이렇게 결좋고 윤기 나는 건초를 너에게 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열폭하며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으며 함께 파멸의 길을 걷는다.


사랑,
너는 유죄야.



그래, 중용이다.


너무 뻔한 결론이라서 허무하고 폼이 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


무조건 주기만 하는 사랑은 너무 아프고 쓸쓸하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랑은 마음의 빚이 있어 답답하고 불편하다.

게다가 원하지 않는 상대나 반갑지 않은 사랑으로 인해 고통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사랑은 주고, 또 받아야 서로가 지치지 않고 슬프지도 않다.


그래야 단전으로부터 행복감이 차오른다.

자로 재듯이, 무를 싹둑 자르듯이 그 경계선을 정하기는 애매하지만 마음을 적당히 주고받으며 심장이 식지 않도록 보온 스위치를 켜야 한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의 공정거래법을 지켜야 모두가 건강하다.


신 외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지킬 때 사랑은 비로소 제 이름값을 한다.


사랑은 모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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