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다육이에 빠져 살다 보니 이제는 다육이를 심는 화분에 관심이 생겼다. 몇 천 원 하는 싼 화분이 있는가 하면 몇십만 원 하는 고가의 화분들도 있다.
처음에는 싼 화분에다 심다가 어느새 보는 눈이 높아져 이쁘고 비싼 화분을 하나둘씩 사보곤 한다.
그러면서 나도 한번 만들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화분 만드는 유튜브를 찾아 시간 될 때마다 보았다. 영상을 보면서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겁도 없이.
다육이를 처음 키울 때 나는 여러 농장주분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공부를 하였다.
고3 때 이렇게 열심히 했음 지금 내가 여기 있지는 않았을 듯.
영상만 보다 보니 생각은 벌써 유명한 도예가가
된 듯. 하지만 현실은 흙 한번 만져보지 않은 왕초보.
무장적 만들어 보고 싶은 맘에 평소 자주 가던 문구점에 가서 옹기토 찰흙 3개를 다이소에서
유화물감이랑 바니쉬를 사 가지고 왔다.
가마에 구워야 하는 화분은 여러 가지 흙 종류가 있고 색칠하는 것도 도재물감이따로 있는 걸로 알지만 당장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꽤 비싼데
손에 물감 한번 안 묻힌 내손을 어찌 믿고 구입하랴.
꿩 대신 닭을 잡듯 나는 비싼도재물감대신유화물감으로 불에 구울 수가 없으니 말린 다음 바니쉬를 3번 정도 바르면 방수 처리가 되어 화분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유튜브를 본 적이 있어서 백번 눈으로 만드는 것보다 직접 찰흙으로
주물러 보려 했다.
생각처럼 될지는 나도 너도 아무도 모르는 것.
저녁 설거지를 하고 거실 작은 탁자 위에 평소 때 풀던 수학 문제 대신 신문지를 펴고 그 위에 옹기토를 올려놓고 손으로 이리저리 주물러 보았다.
워낙 유튜브를 많이 보아 영상처럼 쉽게 잘하리라 생각한 나의 생각은 5분쯤 뒤에 큰 착오임을 직감하였다. 처음 흙을 만지는 나에게 옹기토는 호락호락 모양을 내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하리라 생각했음 뭐라도 만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첫 단추부터 풀지 못하고 나는 다시는 화분을 못 만들 것만 같았다. 아들, 딸에게 잘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작지만 모양이라도 화분 형태를 만들어보려 이리저리 수십 번 밀대로 밀고 손으로 주물렀다. 강습을 한 번도 받지 않고 만들겠다 생각한 것을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평소 나는 손재주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뜨개질로 해서 아이들 목도리나 외투를 만들어 입히고 조카들에게도 선물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풍선아트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강습을 받고 전문가 자격증까지 따서 중학교 방과 후 수업도 한 적이 있었고 아이들 유치원, 학교 행사에 풍선아트로 예쁘게 꾸며 준 적도있다.한동안 뜨개질, 풍선아트를 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데 흙을 만지면서 새삼 떠오르른건 왜일까?
*20년전 만든 풍선아트*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생각해서 뭐라도 만들자 해서 정말 작게 대충 만들었다. 그리고 다리도 네 개 만들어 밑에 부치고 화분 뒷면에는 '젤'이라고 이름도 적었다.
그늘에 며칠 말린 후 유화물감으로 색칠한 후에 붓으로 바니쉬를 세 번 칠하였다.
그리고 이틀 연속해서 찰흙 2개로 작은 화분을 어지 부리로 완성하였다. 일주일 이상 말려서 색칠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유튜브에서 들은 게 생각이 났다. 처음 만든 것은 성급한 마음에 너무 빨리 색칠한 듯하다.
말리는 모습을 사진 찍어서 큰딸에게 보냈더니 도재상에 흙이랑 도구들을 주문해서 보내 주었다.
다육이 할 때도 나랑 잘 어울릴 거라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었고, 이번에도 엄마는 잘할 거라고 할 수 있다고 제대로 된 흙으로 만들어 보라고 보낸 것이다. 언제나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딸이 고마웠다.
택배를 보내준 큰딸의 성의를 봐서라도이 흙으로 좀 더 화분을 만들어보고 계속 만들지 아닐지 결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