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다kim Nov 02. 2021

나는 오늘도 다육이를 보러 간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을까'

집에서 키울 때는 보고 싶을 때 보고

심고 싶을 때  마음껏 심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침부터 키핑장으로 다육이들을

보러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분주해진다.



중3 막내아들 아침 먹여 학교에 태워주고

밀린 빨래며 설거지를 후다닥 대충 하고는

맛있는 간식을 한아름 챙겨서 바삐 길을 나선다.


매주 아무리 못해도 서너 번은 가지만

언제나 오늘 처음 가는 것처럼

한없이 즐겁고 기쁘다.


사실 다육이를 키우기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차라리 애를 한 명 더 키우겠다'라고 생각하며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건담 프라모델 조립이
유일한 취미인 우리 막내가

건담 베이스에 가서 몇 시간을 눈이 빠져라

구경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가슴 깊이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잔소리도 참 많이 했더랬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지금은 막내아들의 마음과 행동이
충분히 아주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가 다육 농장에 가면 아들과 하나도 다를바가 없으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육이를 구경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다육이를 돌본다.

5분 전에도 내 손길을 거쳤던 다육이인데도,
자꾸만 손길이 가고 시선을 빼앗긴다.


차로 달려 10분이면 도착하는 행운 다육 농장은

행운지기 남자 사장님과 행운 뭉치 여사장님이

매번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곳이다.

내가 차에서 내려 키핑장으로 들어서면
늘 인자한 웃음과 싱그러운 미소로
나를 반겨주시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기분을
가장 들뜨게 만드는 것은

사랑하는 내 다육이들이다.

다육이들은 가을을 맞이해
예쁘게 꽃단장을 마치고 나를 반긴다.



하나하나 내손으로 심고 키워서인지 언제나

예쁜 모습으로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어느 날은 딸과 아들보다
다육이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때론 이유 없이 훌쩍 내 곁을 떠나는

다육이도 있지만,
늘 내 곁에서 나의 따스한 손길만을 기다리는

다육이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매일이 딱 지금 같았으면 좋을 만큼.
그 무엇도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난 어김없이 나를 반기는 다육이들을 보러
키핑장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 몰랐던 '다육이 키핑장'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