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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현대정비소를 찾아 에어컨을 고치다

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26탄

by 공구부치

2024년 4월 19일 (금) 튀르키예 2일 차. 리제를 지나 내륙으로.



우리는 아늑한 캠핑장에서 하루 쉰 뒤 흑해를 뒤로 하고 중부 내륙으로 들어갔다. 우선 목적지는 괴레메(카파도키아)지만 꽤 멀기 때문에 (약 770km) 가는 길에 하루 정도 차박을 하가로 했다.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길은 어떤 모습일까?


리제의 어느 빵집. 산 것보다 더 많은 시식을 시켜준 인심 좋은 집

대체로 흐리다 비를 뿌리다 화창해지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잘 닦여진 산간도로를 달렸다. 설산이 보인다. 눈과는 이제 안녕한 것 같았는데 높은 산 위는 아직이다. 한참 올라가는 것 같아 고도를 확인하면 이내 2100m를 갱신하곤 했다. 그만큼 지나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둥글둥글 묵직한 바위산이 나타났다가 첩첩산중을 내려다보다가 산에 쌓여있는 아늑한 시골 들판을 지난다. 이 곳도 4월 봄을 맞아 꽃이 피고 아직 잎새들은 색이 여리다.


길 위에 있을때 멋진 레디. 아나톨리아 지방으로 가는 중

저녁 무렵, ‘괼로바’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캠핑카여행을 하면 ‘오늘 밤은 어디서 잘 것인가’가 최대의 과제가 된다. 우리가 지나는 길에서 구글맵과 ‘파크포나잇‘(세계 각지 차박 장소 공유 앱)에도 딱히 적당한 차박지 찾기 어려웠다. 호숫가 근처라면 어떨까해서 찾아온 괼로바 호수 근처 큰 공터가 나타났다. 차이와 식사를 파는 노점이 있었지만 우리가 차를 세우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호수에 지는 노을을 보며 차이를 한잔 사 마시고 자리를 잡았다.

안전했던 차박지

캠핑카 여행을 하면 차박지를 찾은 후 한동안 미어캣이 되기도 한다. 인증된 곳이 아닌 경우 창밖을 보며 여기가 묵어가기 괜찮은 곳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한 차박지는 이 정도.


1. 대형 트럭이 많이 묵어가는 곳 (장거리 운전이 많은 나라 특)

2. 공용 및 식당 앞 주차장 (밥을 먹으며 물어보면 자고 가라고 함)

밤새 트럭들이 꽤 들어와서 아침이 되니 5대 정도가 함께 자고 있었다.



4월 20일 (토) 튀르키예 3일차, 시바스 도착.



고장난 자동차 에어컨을 고치러 왔다. 튀르키예에 들어오니 포터와 같은 H-100 차종이 많이 돌아다니길래 희망을 품고 괴레메 가는 길에 있는 ‘시바스’라는 도시의 현대차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고(튀르키예사람들은 지금까지 밝고 부드럽다) 우리 에어컨 콤프레셔 부품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차량 높이가 센터에 입고되기 어렵고 부품 수급 사정상 재생품으로 일반 정비소에서 정비받기로 하고 이들과 함께 소개 받은 정비소로 갔다.


에어컨 수리중

약 60만원 가까운 금액인 400유로가 나왔다. 처음의 72만원에서 좀 다운된 금액이다. 더운 여름 에어컨 없이 날수는 없기에 정비를 맡겼다. 컴프레셔를 교체하고 라인 청소까지 하기로 했다. 하나는 정비를 했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리되는건지 신경이 많이 쓰인것 같다.



근처 식당에서 피데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거의 1미터가 넘는 듯한 긴 빵을 화덕에서 꺼내 썰어서 아이란과 함께 주었다. 1인분이 4700원 정도. 피자와 비슷한 듯 다른데 담백하고 먹기 좋았다. 가게에서 정비사분들 드릴 음료수좀 사서 다시 정비소로.


정비소 피데 맛집, 사진촬영을 부탁했더니 멋지게 포즈를 잡아주셨다.

컴프레셔 교체를 완료했으나 처음에는 에어컨이 안 돌아간다. 배선이 문제인지를 본다며 시트를 다 들어올려서 점검한다. 우리는 조급증이 발동했다. 시간이 좀 흐른뒤 에어컨이 잘 나온다! 이번에는 없던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우리가 한국서 가져온 벨트를 주고 교체했다. 한동안 작업은 계속되었고 드디어 소리까지 깨끗이 잡았다!


해외에서 차량 수리는 신경쓰이고 민감하다. 소통도, 비용도, 그리고 잘 하는 곳을 찾는 것도. 우리는 구글맵으로 몇 군데를 찍어놓았지만 결국 현대서비스센터에서 소개해 준 곳에서 했다. 신뢰를 갖고 차를 맡겼지만 수리하는 동안 차 옆을 지키고 있는 편이 좋다.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고 이들도 좀더 신경써서 해주고 중간중간 설명도 해준다.


시바스 현대자동차 센터의 유쾌한 노동자들!

정비소에서는 현대차 센터에 가서 수리상태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굳이 필요한 절차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다시 센터로 갔다. 현대차 센터의 직원들은 엄청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서비스’를 넘어서 우리를 반가워하고 챙겨주려 애썼다. 차가 잘 고쳐졌음을 확인한 뒤 이들은 함께 사진을 남기자고 했다. 여행을 떠날때 막연히 한번쯤은.. 이라고 생각했던 현대차 지점 앞에서 포터2 출신 레디와 사진을 남기는 버킷 리스트가 이루어졌다.


이미 오후4시, 도시를 떠나기엔 시간이 늦었기에 센터 주차장에서 하루 묵어가길 청했다. 이들은 흔쾌히 허락했고 우리는 관리인이 지켜주는 안전한 주차장에서 걱정없는 하룻밤을 보냈다.


안전한 하룻밤을 보낸 주차장

시바스 시내도 둘러봤다. 우리를 챙겨준 뤼메이사는 시바스에 있는 역사적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쾨프테(떡갈비인가 미트볼인가)도 먹어보라고 했다. 우리가 장을 볼만한 쇼핑몰도 알려주었다. 셀주크튀르크 시대의 건축물에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고 상점들도 있다. 우리는 저녁으로 이름 모를 로컬식당에서 대충 닭고기 볶음밥을 시켰는데 이것이 닭백숙 맛일 줄이야… 치솟는 물가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식사(2명이 220리라)를 만족스럽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대만큼 멋있었던 시바스


시바스 사람들의 혼밥식당

자동차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날은 여행인지 일상인지 모를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시바스의 하루가 그랬다. 근데 요 근래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정비소의 하루를 같이 보내고, 맛있는 로컬식당에서 이들이 먹는 음식을 쫓아서 먹어보고 쌀과 물을 보충하고 낯선 도시를 한동안 걸어다녔다. 낯선 이방인을 환대하는 사람들이 고마운 하루, 그리고 에어컨을 고쳤다. 믿을 수 없어..!


차창밖의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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