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30탄
케코바 섬 투어는 먼 옛날 지진으로 물 속에 가라앉은 도시를 보는게 핵심인데 고대 유적을 보는 것과 4가지 스팟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하루 종일 유람선을 타고 일광욕을 하며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게다가 점심밥도 준다.
이 도모든 걸 포함해서 일인당 4만원 좀 넘는 가격에 흥정했다. 나중에 인터넷 가격을 알아보았는데 꽤 싸게 한 걸로 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행사가 있던 선착장으로 아침 아홉 시까지 가야 한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영복을 챙겨 입고 짐을 쌌다. 하나는 오리발도 챙겼다. 맥주를 싸가고 싶긴 했지만 배에서 맥주를 판매한다기에 눈치가 보여서 안 쌌다.
일찍 도착하면 좋은 자리를 줄 줄 알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자리로 안내하길래 다른 자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자리가 이미 예약 된 자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임박해서 표를 사서 자리가 없었나보다.
어쩔 수 없이 앉았는데 이게 또 상당히 좋았다. 왜냐면 물에 다녀온 뒤에는 추운데 따뜻한 햇볕이 몸을 말려주니까 그늘에 들어갈 이유가 없겠더라. 바다 색깔은 투명한 청록색이었다.
선베드를 하나씩 차지하고 지중해 바다를 보고 있자니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수영을 하러 갈 때는 마치 수영장 내려가듯이 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카쉬의 바다는 정말 잔잔해서 아름답고 거대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듯도 했다.
그렇게 2번 정도의 수영을 마치고 나니 점심밥을줬다. 1층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차이는 무료다. 수영해서인지 밥이 꿀맛이었다.
우리는 이 배 에서 영국에서 온 중년의 게이 커플을 만났다. 처음부터 게이 커플일거라 추측했지만 서로 조심스럽다가 얼마 후 이야기꽃을 피우며 통성명(?)을 했다. 영국+튀르키예 커플이 얼마전 결혼식을 올린 이야기, 여행지나 가족 이야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중에는 영어 듣기평가를 너무 오래 해서 두통이 왔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만남이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며 아기자기한 시간을 보냈다. 정말 퀴어는 어디에나 있었다.
오후에는 시메바 섬에 내려주었다. 한시간을 주고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갈 수 있다. 뷰가 멋진 전망대는 약간의 입장료를 주면 입장할 수 있다. 오가는 길에 소품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판다. 사먹지는 않았다. 섬까지 다녀오니 체력이 방전 됐는데 아직도 끝난 게 아니었다.
계속 멋있는 스팟에 배를 세우고 한동안 수영을 시켜줬다. 나는 이미 내려갈 생각이 없어져서 맥주를 시켜 마셨다. 그렇게 해질 무렵 까지 끊임 없이 배를 태워 주고 수영을 하게 해줬다. 완전 체력이 고갈돼서 하선 했다. 이렇게 알찬 투어가 없다.
캠핑카로 돌아와 씻고 나서 저녁에 시원한 맥주를 한 캔 씩 들고 다시 카쉬 마을로 나갔다. 저녁무렵 항구를 바라보며 맥주를 한 캔 씩 땄다. 이곳저곳에서는 저녁을 먹거나 한잔씩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를 쏘다니다 그렇게 카쉬의 이틀째가 저물었다.
카쉬 삼 일째.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십 분만 걸어가면 멋진 해변이 있다. 떠나기 전에 해변에서 수영을 할지 말지 엄청 고민 했다. 하지만 역시 해보는게 아쉬움이 안남을 것 같아서 수영복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갔다.
İnceboğaz Çınar Beach
İnceboğaz Çınar Beach, Andifli, Beyhan Cenkçi Cd., 07580 Kaş/Antalya, 튀르키예
정말 안 왔으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아름 아름답고 잔잔한 해변이었다. 이 곳 해변은 우리에게 가장 수영 하기에 좋았던 해변으로 기억 된다. 아마도 적당한 깊이, 그리고 잔잔한 바다 그리고 예쁜 풍경까지 모든게 완벽 했던 것 같다.
여행하면서 좌고우면하는 성격을 많이 고쳤다. 할까말까 고민되면 일단 해보는 쪽으로. 그러다 뜻대로 안되더라도 금방 털어내기 연습.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카쉬를 떠난다. 안탈리아부터 이어지는 남부 지중해 해안도로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길이다. 다만 멋있게 보려면 카시에서 안탈리아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 한다. 그래야 해변을 끼고 달릴 수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다가 멋있는 절벽 사이 카푸타쉬 해변이 나타난다. 이곳은 꽤나 유명한 해변이다. 우리는 여기서 수영은 하지 않고 잠시 계단을 통해 내려가서 구경만했다. 절벽 사이에 있는 해변은 풍광은 멋지지만 파도가 굉장히 세다. 나중에 포르투갈에서 비슷하게 생긴 해변에서 수영을 해 봤는데 자칫하면 쓸려 내려갈 만한 파도가 몰아 친다.
Kaputaş Beach
Kaputaş Beach, Kalkan, 07580 Kemer/Kaş/안탈리아 튀르키예
다시 길을 떠난다. 오늘의 목적지는 산 깊은 사클리켄트 협곡이다. 이 협곡은 카쉬에서 만난 게이커플이 추천해 주었다. 한 명은 터키인이기때문에 터키 곳곳에 여행지를 잘 알고 있다. 흙먼지 이는 시골 길로 들어서자 강이 흐르고 산이 솟아있다. 우리는 파크포나잇을 뒤져서 적당한 차박지를 검색 했다.
하루에 이천원만 주면 머물 수 있는 주차장으로 찾아갔다. 친절한 주인장은 우리를 저쪽 올리브 숲으로 들어가면 아무데나 주차 하면 된다고 안내 해줬다. 어영부영 들어가 본 올리브숲은 정말 감탄이 나왔다. 뒤로는 산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한 색깔의 올리브 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그 사이 사이는 잔디밭과 다양한 지중해 식물들로 가득 했다,
우리는 쓸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의자도 펼쳤다. 완벽한 캠핑이었다. 곧이어 프랑스 가족이 캠핑카를 타고 들어왔다. 그들도 저 멀리 자리를 잡았다. 하나가 숲을 구경하다 거북이를 발견했다. 조지아에서도 보고 여기서도 봤는데 거북이는 이 동네에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프랑스 어린이들과 하나는 거북이에게 한참 집중 하다가 헤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삼겹살을 기똥차게 구워 먹고 맥주 한 캔을 따고 올리브나무 숲에서 평온한 밤을 보냈다.
Saklikent Gorge
Kayadibi, Palamut Köyü Yolu, 48850 Muğla, 튀르키예
다음날 아침 우리는 협곡으로 갔다. 이곳은 위험해서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한다. 입장료는 별로 안 비싸서 얼만지 기억이 안난다. 처음에는 나무 데크를 타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한동안 걷는다. 그 다음부터는 불어나는 계곡 물에 발을 다 적셔야 한다.
여기에 갈려고 한다면 단단한 스포츠 샌들을 신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걷다 보면 거의 무릎 넘어까지 물이 잠긴다. 좀 더 걷다 보면 온몸이 젖을 수도 있는 계곡을 넘어야 하는데 여기서 많은 수가 포기 한다. 우리는? 당연히 포기했다ㅋ
여기까지 가본 것으로도 이미 멋진 걸 다 만났다. 여행을 하면서 본적 없는 대자연을 만날 때가 정말 많은데 그때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낯선 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음 여행지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 유명한 파묵칼레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갈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