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는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임에 대해 미리 이야기 하겠다. 최근 전시를 다니면서,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성인 여성 혹은 소녀 한 명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 작가의 경우 커플 혹은 여성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받아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뮤즈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를 뜻한다. 그리고 이 존재는 꽤 옛날부터 여성 혹은 어린아이였던 경우가 많았다. 뮤즈란 대체로 예술가에게 큰 울림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울림이란 크나큰 정서적 변동성을 경험하게 한 사람을 뜻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연애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애인이 계속해서 작품에 등장하는 것을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젊은 예술가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살바도르 달리, 폴 매카트니와 같이 자신의 부인이 한 평생 뮤즈로 작용한 경우들도 있다.
잠시 생각해 보자면, 음악, 회화, 조각, 문학, 영화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대개의 경우 뮤즈는 여성이었다. 이성적 사랑의 대상으로서, 육체적 차이를 가진 존재로서, 혹은 생명을 낳는다는 신비로운 존재나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서 여성은 남성 작가들에게 흥미로움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자식 혹은 혈연관계의 아이가 태어나거나 한 경우 어린아이가 모티프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도 절대다수가 소녀 이며, 그나마의 소년들은 본격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여성스럽거나 중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조는 근대 이전까지 예술가의 대다수가 남성이었기에 어찌보면 놀랍지 않은 일일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많은 수의 예술분야에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금에서도 작품의 주된 모티프 혹은 예술가들의 뮤즈는 여성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남성 작가들은 대체로 자화상 혹은 아버지적 인물이 아닌 경우 남성 모티프나 뮤즈를 갖지 않는다. 이는 어찌보면 전통적으로 보여온 경향성이니 당연하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여성 작가들에게도 성인 남성은 그들의 뮤즈가 잘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 예술인들이 남혐을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흥미로울 뿐이다. 이들중에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이들이 있으나 이들의 남편이나 남자친구들은 이들의 뮤즈가 잘 되지 못한다. 여성 작가들의 주된 모티프는 젊은 여성이거나 어린 소녀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이전 세대에 그려진 여성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 많은 것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여성을 말하기와도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일상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장르의 유행은 대체로 젊은 여성작가들이 이끄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이번 논의 역시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봄직 하다. 이전까지의 예술의 많은 수가 남성 위주로 그려져 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뮤즈로 삼고 자신과 주변인들의 삶에 대하여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 예술로서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또한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어머니와 같이 이전까지는 원경에서 신격화시켜 다루어졌던 어머니에 관해서 남성 작가보다 친밀감 혹은 더 나아가 동질성을 표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을 모티프로 하는 것 역시 이들의 작품 활동에 유리한 지점이 될 지 모른다.
물론 이에 대해서 여성의 몸에 대한 신격화가 여전히 존재 하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적 있다.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현대에도 꽤 많은 경우에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생명을 낳는 신비로움 혹은 보호의 대상으로도 여성이 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미지들이 여전히 작가에게 아름답고 예술적인 것= 여성적인 것, 여성의 몸이라는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다 시피 이는 전부 생각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인 남성이 그 존재만으로 예술적 영감을 아주 주지 못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적 대상화 혹은 선망성의 대상이기에 뮤즈라고 볼 수는 없지만,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각종 신화 속 인물들부터, 근래의 판타지 게임들 까지 근육질이거나 마초기질이 있는 등, 전통적인 남성성이 몹시 두드러지는 남성인물들이 사용되고 있고, 국내 여성 작가들의 경우 아이돌을 닮은 여리여리한 남성의 모습이 주로 사용되고는 있다. 이는 남성의 몸 혹은 그 존재 역시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성을 말하기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신격화에 대해서도 나는 지지나 반감의 의견을 표출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사용 가능 해 보이는 소재가 전연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게 다소 안타깝다고 생각 할 뿐이다. 특히 회화에서는 나는 여전히 아버지와 자화상을 제외한 남성 모티프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고 생각해서 다소 의아하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