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onth~
눈발이 창밖으로 흩날렸다. 회색 하늘과 나무 가지 위에 내려앉은 눈은 세상을 잠시 멈춘 듯 고요했다. 지희는 따뜻한 커피잔을 손에 쥔 채 창가에 앉았다.
“오늘도 피곤하네”
서준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마음 한 켠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들의 연애는 시작부터 달콤했지만,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 때문이었을까?
작은 오해와 갈등이 반복되었다.
지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첫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이브, 작은 바에서 함께한 칵테일 한잔. 서로의 손을 맞잡았던 온기, 풋풋한 설렘. 그때의 기분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퇴근길, 발걸음이 느려졌다.
“왜 이렇게 쉽게 짜증이 날까
사랑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거지?”
차가운 바람 속에서 작은 한숨이 나왔다.
어린 시절 첫 연애 우진과의 겨울도 떠올랐다.
눈 내리는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나누던 따뜻한 국물, 장갑 낀 손을 잡던 설렘. 순수했고, 마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서준과의 연애는 달랐다. 달콤함 속에도 현실의 무게와 불안이 함께했다. 서로의 부족함을 숨기려는 마음,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한 주가 지나고, 지희는 카페에서 서준과 마주 앉았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래?”
카페 안은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으로 따뜻했다. 두 사람은 커피 잔을 마주 놓고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서준은 취업 실패와 불안감을 이야기했다. 지희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업무와 피로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같이 있어서, 함께여서 두 사람의 눈빛은 조금씩 이해로 변했다.
서준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지희야.”
지희도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도 좀 더 솔직할걸 미안해”
카페 밖으로 나서니,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지희는 손에 떨어진 눈송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랑이 이렇게 어려운 건가”
겨울은 지희에게 사랑, 그리고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담담하게”
그리고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서준과 함께할 다음 순간을 조심스레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