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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가써니 Aug 13. 2024

우리들의 마지막행사

나의 결혼식은

: 엄마 떨려??


:  말도 못 하게 떨리니까 말 시키지마라이


우리의 상견례는 양쪽 어머니들만 참석하기로 했다 예식날짜나 기본적인 틀이 정해져 있는 상태였기에 상견례는 그냥 사와 식사자리였지만 어머니께서 혼자 참석하는 걸 걱정하셔서 우리도 엄마만 참석하며 인사하기로 했다


떨리긴 하지만 엄마는 안 떠실 줄 알았는데 아예 굳어가신 부모님이 안 계셨던 엄마는 친정의 부재가 가장 서글펐다고 말씀하셨다  '결혼할 때 친정이 있고 없고 가 얼마나 큰지 아니 니 뒤에 친정부모가 있다는 게 확실하게 있어야 상대집에서 널 함부로 안 해' 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였다


: 엄마 안 떨린다더니


: 몰라 막상오니까 떨려 죽겠어야.



우리가 그렇게 한참 긴장하고 있을 때 어머님과 남자친구가 들어왔고 어머니의 표정에서도 평소랑 다르게 긴장된 모습이 비쳤다 식사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풀 어질 때쯤 고기반찬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할 때야 아차 싶었다 엄마가 어금니가 없다는 걸 뒤늦게 생각한 것이다 오랜 기간 고민하며 고른 장소인데 엄마 입장에서 한 번 더 신경 쓸걸.. 최대한 부드러운 고기들로 챙겨드리는데 자리가 자리라서 그런지 괜찮다며 알아서 먹겠다고 하시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상견례는 식사와 가벼운 인사정도로의 애기로 마무리가 되었고 식사 이후에 혼주한복을 바로 맞추러 가기로 이동했다



: 어머~나는 밝은 색이 어울리니까 밝은 톤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레이스 있는 게 더 이쁘다 이것도 입어보고 싶다


: 사돈 추천해 주는 거 입어보고 괜찮은 걸로 골라요 나는 많이 입는 거 싫어해


어머님께선 평소에도 자신을 꾸미는 부분에 있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명확하신 분이셨다


: 엄마 입기 힘들겠지만 함께하는 자리니까 춰가야지 3 벌 입어보기로 했으니 다 입어보세요


한벌만 입으려는 우리 엄마를 억지로 직원분에게 밀어 넣어 보내드렸고 커튼 쳐진 지 1분도 안돼서 열리는 엄마의 속도를 보며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3벌을 다 입었음에도 부족하신 듯한 어머님을 보면서 웃으며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는데 똑같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신 



: 실장님~ 그냥 두 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맞춰서 결정될 수 있게 해 주세요



괜히 잘못 끼면 욕먹는다 라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의견을 맡겼고 혼주복을 많이 응대하셨던 만큼 어머니들과 중간에서 소통이 원활하셨고 두분다 실장님의 의견을 들어가며 조율해가고 계셨다 두 분을 맡기고 신랑신부 예식 한복을 보기 위해 둘러보았다


: 이 한복 너무 예쁘지 않아요??


: 이쁜데 나는 한복이 안 어울리는데..


: 그래도 해야죠 인사할때 입어야 하니까 이런 거 어때요?



내 눈에 한복이 웨딩드레스보다 더 예뻐 보였다 사실 드레스보다 한복에 대한 로망이 더 컸었기에 욕심나는 한복 디자인들이 많았고 이런저런 스타일에 도전해 보려는 나와 달리 남자친구는 맘에 드는 게 없어 보였다 


: 설이 너는 이런 색이 이쁘겠다


: 아들 너는 이거 괜찮겠다 이거로 입어봐 아들이 피부가 어두우니까 한복이 걱정이네



우리에게 어울리는 한복들이 피팅을 위해 준비되기 시작했다 어울릴법한 한복들이 준비되는 와중에 한벌은 내가 원하는 걸로 챙길 수 있었다 부모님들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내가원했던 옷은 차분해 보이지만 신혼이란 분위기에 맞지않았고 부모님이 골라주신 한복은 단한번도 입어본적없던 노란색이라 어울리지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입는 순간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느낌이였어머니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끝으로 한복까지 다 고르고 난 뒤에야 오늘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 사돈 저희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첫아이라 결혼하는데 더 많이 신경써주고 싶지만 제가 멀리 있어서 딸아이를 옆에서 챙기질 못해요 그래도 가까이 계시니까 아이들 옆에서 잘 챙겨주세요


: 저도 첫아들이라 결혼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벌써 결혼을 다하고 이제 다 끝났다 싶으면서도 시작인것같네요 제가 옆에서 잘챙길테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두 손을 잡고 말씀하시는 두분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나이가 30인데 아직도 걱정이 되실까. 결혼은 그냥 우리만 만족하면되는 우리의 결혼식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신부가 주인공이라고 하니까 내스타일대로 하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화도 나기도 했었다  준비하면 할수록  엄마의 걱정과 정성이 담겨 준비된 결혼식에 어릴적 아빠의 손을 잡고 뛰던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로드를 걸어 남편의 손을 잡는 순간까지 이 결혼은 너와 나의 결혼식이 아니라 각자 우리의 마지막 행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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