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가써니 Aug 16. 2024

너와 나의 첫 번째 하우스

신혼집 마련하기

- 그래도 시작은 신축아파트에서 vs 구축아파트라도 리모델링해서 가자

- 내 집 마련이 먼저다 vs 현실이 먼저다


결혼식은 돈 없어도 할 수 있다면 신혼집은 돈 없으면 안 되는 것 중에 하나다 금리는 내려갈 길이 없었고 집값은 떨어져 갔다. 그럼에도 집을 사려면 대출과 가족이 되어야 했고 그렇다고 전세는 쉽냐고? 전세로 살자니 24년 현재 전세사기가 끝이나 질 않고 있었다. 그래 지금 우리는 내 집을 갖기도 어려운데 집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에 끼어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매가 아닌 전세로 뛰어들었다 대출을 끼더라도 전세는 위험하니까 집값이 내려간 지금 내 집마련을 해서 가는 게 좋지 않겠냐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은 전세였다 부동산들은 전세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었고 자본금이 적었던 우리는 부동산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신혼부부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었다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으로 점점 결혼이 버거워져 가는 현실 앞에 침울해질 때 안되면 월세로 가면 되지 라는 깡뿐이었다 


: 안되면 우리 월세로 살아요 그렇게 시간 갖고 돈 모으면 되지


: 안 돼요 월세로 살면 지출이 너무 커서 돈을 모을 수가 없어요 


: 알아요 근데 당장 전세 매물은 없고 그렇다고 집을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그럼 작은 투룸에서 시작하면 되는 거지  


: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도 신혼집인데.. 


: 우리 둘이 살집이잖아요 남들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우리 둘이 시작하는 집에 우리 현실이 먼저예요 무리하지 말고 현실에 맞게 가요 내가 말하잖아 지금 상황이 평생일 거라 생각 안 한다고 우린 잘 이뤄나갈 수 있다고 시작이 화려하지 않다고 마지막까지 화려하지 않은 거 아니에요 우린 할 수 있어요 


 우리 나이가 아직 30대 초중반이다 뭔가를 이뤄내서 결과를 만들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하지만 많은 걸 쌓으려 해도 어린 나이였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은수저가 아닌 이상은 20대 30대라는 나이는 열심히 견뎌내고 이겨나가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할 때 아닐까 경험이 없어 경험을 만들어가는 나이니까 얼마나 힘들어 누군가는 완벽하게 모아서 완벽한 결혼식을 만들어내겠지만 그건 남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다르다면 다른 우리만의 이야기로 써 내려가면 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대는 상황에 책임을 느끼는 것 같았다 


: 그럼 전세를 가더라도 안전하게 가야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거예요 방법을 찾아내는 거



그렇게 주변의 추천으로 한국주택공사에서 진행하는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알아보게 되었고 신청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승인을 받았을 땐 얼마나 기뻤던지 드디어 우리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이후였다 


- 관련 매물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 전세 매물들은 있는데 부채비율에 맞는 집이 없는 것 같은데..

- 다른 전세대출은 어떠세요? 요즘 신혼부부대출도 많고 그럼 좋은 매물 많아요 (이건 다시 들어도 황당했다)

 

공사에서는 집에 대한 부채비율을 엄격하게 따졌고 현실에선 적합한 매물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집을 전세로 승인받으려면 지역 법무부에서 매물의 적합성을 따져서 승인된 집만 계약할 수 있었고 계약할 때도 집주인, 나, 부동산, 법무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계약서를 작성할 만큼 체계적이었다 그런데 부채 없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 


: 집이 참 많다.. 그런데 우리가 살집이 없네요 


: 아파트 갈 거야. 우리 이거 준비하면서 아파트 사는 거냐고 좋아했었잖아요.. 가야한단말이예요.. 갈 수 있어 갈 거야


주문을 외우듯이 말하는 남자친구말에 순간 울컥했었다. 나는 본가도 주택이었고 자취할 때는 오피스텔이나 빌라에서만 지내봤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기에 아파트 매물이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아파트 사는 거냐며 좋아했었는데 그걸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을 하는 이 사람에게 고마우면서 미안하면서 많은 감정들이 와닿았고 많은 감정들을 대변하여 가만히 이 남자를 끌어안아주었다 


: 그래, 갈 수 있어요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연락이 온 것이다 다른 부동산에 매물이 있다는 말에 우리는 당장 가겠다는 말과 함께 집을 보러 갔고 25년 된 아파트로 뒤에 산이 있어 조용한 동네였다 24평이라는 딱 좋은 크기에 방 3개 화장실 1개 주방과 화장실이 최근에 리모델링되어있어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23층 위치해 있어서 빛도 바람도 잘 드는 곳이었다 기존에 살고 계시는 중년의 부부가 위층에 매매로 이사를 가게 되며 나온 집이었다 집주인분 말에 의하면 처음 여기서 아이들과 살던 집이었는데 나이 들며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 집을 팔자니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긴다 하여 기다리고는 있지만 10년이 다되도록 공사 중이고 일단 비워둘 수 없어 전세로라도 내놓고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부동산 쪽에서 담당 법무팀에 가능여부 확인요청 하였고 시세에 비해 전세비용이 안 맞다고 말씀하셨다 하셔서 이번에도 포기해야 하나 싶을 찰나 집주인께서 전세 비용을 말하는 조건에 맞춰 줄 테니 월세 5만 원으로 해서 계약하자고 말씀하셔서 승인이 떨어지며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조리며 어렵게 신혼집을 구했다. 할 수 있으니까 계속해보자라고 주문을 외우며 시작을 앞에 두고 있던 우리가 드디어 시작했다 

이전 07화 우리들의 마지막행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