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 의 토크 쇼
결혼은 반쪽끼리 만나서 사는 인생이야
택시를 타면 가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분들이 기사님이지만 알고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일을 해오셨지 않으셨을까 라는 순수한 생각
아버지 나이로 보이시는 기사님들을 뵐 때면 다들 무슨 일을 하시다가 이일을 하게 되신 걸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가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면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을 인생의 황금기가 어떤 날이었는지 지난 시간들이 궁금했다 기사님과의 대화 주제로 나오는 택시 기사로서의 하소연과 일상의 재미들을 듣는 건 택시를 타는 나만의 재미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늦은 퇴근 후 갑자기 찾아온 위통증 때문에 평소처럼 지하철을 타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 타기로 했다 일요일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택시도 없을까 걱정하던 생각과 다르게 택시가 바로 잡혀주어 다행이었다
: 일요일이라 사람이 너무 없다니까요 그래도 손님께서는 주말이라 매출이 많았겠어요 저희는 금, 토, 일로 벌어먹고 나머지 요일은 손가락 빠는 건데 참, 이일도 쉽지 않아요~
내가 타는 장소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바로 아시는 기사님의 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작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아버지 연세로 아니 아버지보다 한참 지긋해 보이시는 기사님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안고 있는 스트레스 안에 결혼이 가장 큰 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자녀분께서 결혼을 하셨다면 부모님의 입장에서 조언이나 얻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 나는 우리 애들 결혼식 시키면서 돈 다 대주고 집도 다 해줬지~!
요즘은 스몰웨딩이다 뭐다 해서 하객도 각각 50/50으로 해서들 많이 하잖아요 저렴한 곳에서 한다 해도 한 사람당 음료나 술이 들어간다 생각하고 사람당 식비 6만 원으로 잡아도 100명이면 600만 원이 고하니까 2천만 원으로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해요
: 저희도 하객 100명으로 해서 하고 이것저것 생략하니 2천만 원 정도에서 다 끝나가더라고요 물론 예식만 말했을 때지만요 자녀분들 집까지 다해 주시고 뿌듯하셨겠어요 대단하세요 기사님
: 허허 그 시절에 내가 돈을 잘 벌었으니까요 정년퇴직 하기 전까지 월에 천만 원씩 벌었어요 연봉이 1억이 넘었지. 지금 와이프도 나보다 7살이 어린데 공무원 6급이에요 정년퇴직 전까지 일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분명 대화의 시작은 택시를 운영하며 돈벌이가 얼마 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하셨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직업으로 사람을 결론지어선 안된다는 게 이럴 때 깨닫는다
: 대체 결혼에 결혼식이 뭐가 중요하길래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안 맞으면 헤어져서 각자 인생을 사는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처럼 쏟아내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이 든다니까요
: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좋다잖아요 인생은 반쪽 인생이라고 말해요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함께 맞춰가며 살아가는 거지 그러다가 아니면 도끼로 찍어서라도 잘라내면 되는 것이고~ 사장님도 지금 와이프가 벌써 네 번째예요 허허허
이 대화의 반전은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너무 깜짝 놀라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반응했던 것 같다
이후에 이어지는 썰을 다 듣기에 시간은 짧았고 기사님께서 전해주신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웃으면서 가다 보니 위가 아픈지도 모른 채 도착했었다 오는 동안 즐겁게 나눈 대화를 집에 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도도도 털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만난 기사님께서는 3번의 결혼을 걸치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셨는데 최근에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