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평범한 철학 - 주부의 사유일기

나를 위한 물건은 왜 늘 미뤄질까 2

by 마음쉘터


한 사람의 삶이란, 결국 매일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 선택 안에는 사소한 것들이 있다.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어떤 색의 옷을 입을까, 이 컵을 살까 말까—
그 무엇도 거창하지 않지만, 나는 그런 일들 앞에서 자주 주춤했다.
특히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일 때.

누군가에게는 그저 쇼핑이고, 단순한 소유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나는 이 작은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이상할 만큼 자주, 나는 그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해 왔다.

젊은 날의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그 모든 역할은 ‘나를 미루는 법’에서 시작되었다.
나보다 아이, 나보다 남편, 나보다 집안.
그렇게 ‘나’는 언제나 우선순위의 바깥에 놓여 있었다.

그 시절의 선택은 순전한 희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더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과 증명 욕구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었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를 위한 물건 하나조차 마음 편히 살 수 없었다.

사치처럼 느껴졌고,
과분한 감정처럼 느껴졌다.
심지어는 부끄러웠다.
자기 자신을 우선하는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긋난 듯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생각한다.
그 모든 미룸의 끝에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아름다움은 단지 외형의 문제가 아니며,
나를 위한 소비는 허영이 아니라 자존의 시작이라는 것을
조금은 늦게, 그러나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무늬의 머그컵 하나,
비싸지 않지만 나를 웃게 하는 향기의 핸드크림 하나.
그런 것들이야말로 삶의 질감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일지도 모른다.

몸을 다치고, 수술을 받고,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방 안에 오래 머물면서
나는 더 이상 ‘다음에’라는 말을 유예할 수 없게 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문장이 올라왔다.

“나는 언제까지 나를 보류하며 살 것인가.”

지금은 ‘회복’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보이지만,
사실 나는 내 삶을 다시 정렬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가치가 우선이었는지,
그 안에서 나는 얼마나 투명하게 지워져 있었는지를
비로소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살아오며 쌓인 ‘어쩔 수 없음’이라는 말들,
그것이 쌓여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는 그 익숙함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미뤄두었던 나의 자리를,
다시 돌아와 앉히기 위한 시간이다.

내가 나를 초대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초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늘은, 작은 무언가를 나에게 선물해보려 한다.
값비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것—
하지만 오랜 망설임 끝에 비로소 손에 쥐게 되는 의미 있는 소유.
그건 결국,
‘이제는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종의 선언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소모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 선택이 ‘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문장을 가슴에 품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향한 첫 손짓을 연습한다.
내가 먼저 나를 다정히 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은 조금씩 다른 빛깔로 살아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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