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싶지만 무너지지 않는 방법

by 위시러브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하루를 살아낸다는 말이 거창한 게 아니라,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의 나는 거창한 다짐을 하지 않는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도 쉽게 해주지 못한다. 대신 나는 딱 한 가지를 정한다.


무너지고 싶지만, 무너지지 않기.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된다. 오늘을 빛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가 나를 잃지 않는 거면 된다. 나는 그걸 '회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내 회복은 생각보다 아주 현실적이고,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1. 나를 살리기 위해, 잠깐 혼자가 된다


누구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혼자 있어야 내가 살아나는 사람이라서.


아이들 잠든 뒤 조용한 방 한 켠,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기대도 눈치도 없이 내 마음이 있는 그대로 있어도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다.


2.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조금 덜 무너진다


마음이 너무 어지러울 때는 생각이 더 나를 찢어놓는다.

그럴 때 나는 생각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동네 한 바퀴면 충분하니까. 걷다가 문득 바람이 차갑다는 걸 느끼고 햇빛이 얼굴에 닿는 걸 느끼면 내 마음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산책은 인생을 바꾸는 해결책이 아니라 오늘을 통과하게 해주는 통로다.


3. 맛있는 음식은 작은 응급처치가 된다


회복은 때때로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가끔 맛있는 걹 먹으며 마음을 달랜다.


특별한 음식일 필요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국, 바삭한 과자, 달달한 디저트, 잘 끓인 라면. 그 한 끼가 내 삶을 바꾸진 못해도 내 기분을 조금은 끌어올려 준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


4. 책은 내 마음의 숨구멍이 되어준다


무너지고 싶은 날엔 내 이야기만 들여다보면 더 깊이 가라앉는다.

그럴 때 책은 내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준다. 책 속의 문장 하나가 내 마음을 정확히 찌르는 날도 있고, 아무런 해결책 없이도 그저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숨을 고르게 되는 날도 있다.


독서는 내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5. 글쓰기는 나를 다시 정리하는 방식이다


나는 어떤 날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는데 글로는 꺼낼 수 있다. 글을 쓰면 엉켜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린달까.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그저 내 안의 소음을 바깥으로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나는 덜 무너진다.


글쓰기는 나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다.


6. 새로운 발견 하나는,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내가 계속 흔들리는 이유는 삶이 멈춘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새로움을 일부러 만든다. 새로운 카페를 가보거나 처음 해보는 레시피를 따라 해보거나 새 노트를 펴서 첫 페이지를 쓰거나 평소와 다른 길로 걸어보거나.


그 작은 변화는 내 삶에 이렇게 말해준다.


"너 아직 살아 있어."


무너진 마음은 '새로운 감각' 하나에 의해 다시 깨어나기도 한다.





결국 회복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상'이었다.


나는 한동안 회복을 멀리서 찾았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만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고, 완전히 괜찮아진 뒤에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나를 살려내는 방식들은 늘 내 곁에 있었다. 잠깐 혼자 있는 시간, 걷다 보면 풀리는 마음, 맛있는 한 끼가 만들어주는 작은 기분, 책 속 문장이 건네는 위로, 몇 줄이라도 써 내려가며 정리되는 생각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을 다시 붙드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다시 마음을 세운다. 내가 무너질 수 없는 이유가 그 얼굴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회복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 삶을 끝까지 사랑하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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