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러브'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지망생 유선. 최근 몇 년간 그녀의 일상을 채우는 일 중 하나는, '읽고, 걷고, 사색하고, 쓰고, 메모하고, 수정하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끝없이 반복해야 할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 (기획해 둔 글들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고, 나중에 수정하려던 게 그녀의 전략이었다. 거대한 수정 작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덧 쌀쌀해진 공원을 걸으며 생각한다.
역시 따뜻한 봄과 시원한 여름저녁이 좋다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풍경을 애써 외면해 본다.
초록초록 여름 풍경이 가는 게 못내 아쉬워서?
그것보다는, 어떤 두려움과 맞서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져서다.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을의 아름다움이.
피할 수 없다면 만끽해야지. 색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참으로 장관이다. 이보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다채로운 가을 빛깔을 뿜어내는 나무 앞에 선 그녀.
그에게 묻는다. 부러움의 눈길로.
"나도 너처럼 빛을 발하는 날이 올까?"
이번 가을은 그녀에게 아주 중요하다. 여러모로.
고독의 계절이기도 하고, 소란스러운 계절이기도 하다.
다 좋은데. 하나만 더하고 싶다. 결실의 계절이 되기를.
결실을 맺기 위한 본격적인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그녀는 산책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본다.
그들이 우울해하거나 무력감에 빠져 있기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을 풍경 뷰를 배경으로 평온한 독서와 휴식을 즐기거나. 코스모스처럼 가을을 환하게 밝히는 꽃을 보러 나들이를 가거나. 가을의 정취를 느끼러 등산을 가도 좋겠다. 모쪼록 외롭지 않은 계절, 내면의 풍요가 가득한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 날. 그녀는 야외 정원이 있는 대형 카페를 찾아갔다. 의정부에 위치한 이 카페는 곳곳이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령이 약 440년 된 우람한 은행나무를 만난다. 위엄에 찬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잘 버틸 수 있냐고.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냐고.
그가 대답한다.
"넌 지금도 강해."
그 말에 갑자기 모든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잠재워지는 듯하다.
"고마워. 덕분에 더 용기 낼 수 있을 것 같아. 끝까지 해 볼게. 지켜봐 줘."
나무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귀한 꿈을 꿔서일까. 노력과 간절함의 결과일까. 그녀는 이번 가을에 행운의 기회가 올 거라는 조짐을 느꼈다. 속도를 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걸. 만약 꿈의 단계라는 게 있다면 지금이 바로 중요한 시기라는 걸.
이제는 좀 더 과감해지기로 한다.
지금까지 발견한 것들, 성장해 왔던 시간, 쌓아온 글과 경험을 믿고. 그 모습이 마치 <데미안>에서 말한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는 새' 같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
그러니 욕심은 내려놓고. 조바심 내지도 말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분명 그녀의 잠재력, 가능성, 노력, 절실함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봄이면 싹이 트고, 가을이면 결실하는 자연의 신비가 그녀에게도 적용되길. 내재된 능력이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