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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Nov 07. 2023

커피도 못 마시던 내가 카페를 좋아하게 된 이유.


 20대 때 가장 좋아했던 작가는 기욤뮈소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감각적인 문체는 그의 소설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했고, 결국 전권을 다 읽었다.


프랑스 작가인 그의 소설에는 '커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커피를 내리는 장면부터 주문하는 장면, 커피를 마시는 장면, 커피를 들고 이동하는 장면. 그 장면을 상상했던 게 조금이나마 어떤 영향을 끼쳤던 걸까. 커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까.


20대까지만 해도 커피를 좋아하지도, 마시지도 않았던 내가 30대 초반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 맛을 모를뿐더러 커피를 마신 후에 남는 잔향이 별로여서 마시지 않았는데 말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크게 느껴지는 예민한 성향이기도 했고. 그런데 왜. 갑자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생각을 더듬다 보니 기욤뮈소의 소설을 읽다가 상상했던 장면들로 뻗어 나갔다.


수많은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도 카페의 모습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프랑스의 카페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많은 유명한 학자와 예술가들이 파리의 카페에서 예술을 꽃피우기도 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나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보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카페는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력 넘치는 도시, 파리.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언젠가 나도 파리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곳곳에 예쁜 카페가 많아진 것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카페들이 정말이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

커피가 유난히 맛있는 카페.

인증샷 찍고 싶은 신상 카페.

브런치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독특한 테마가 있는 이색 카페.

다양한 볼거리와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카페.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늑한 카페.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카페는 어떤 곳일까?


소중한 여행의 추억이 담겨서일까.

여행지에서 만난 카페들이 특별하게 기억된다.

더 생생하게, 더 신비롭게, 더 의미 있게.


특히 숲 뷰, 호수 뷰, 바다 뷰가 있는 카페나 식물원 카페에 가면 그야말로 힐링이다.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고요해진다.


예쁘고 인기가 많은 카페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심리. 그것은 내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가고 싶은 카페가 많다. 여행 갈 때마다 그 지역에는 어떤 카페들이 있는지 미리 꼭 검색해 본다. 평소에 알아보고 메모해 둔 카페 리스트도 있다. 언제쯤 다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나들이는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감성을 충전하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꼭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 카페가 많아서 좋다. '오늘은 어떤 카페를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 생겼을 정도로. 카페를 매일 가는 건 아니지만. 나는 정원이 있거나, 통창으로 밖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카페를 선호한다. 내가 살고 있는 파주는 땅이 넓고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 대형 카페나 정원이 있는 카페가 많다. 공간이 예쁜 카페도 물론 넘쳐나고. 덕분에 일상이 마치 여행처럼 느껴진달까.




 



커피가,

카페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카페를 찾는 이유도 다양하겠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서.

일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나 역시 비슷하다.

커피에는 훨씬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맛과 향이 담겨 있다는데. 매일 바닐라라테만 주문하고, 가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녹차라테를 마시는 정도인 나는 여전히 커피의 맛을 깊이 음미할 줄은 모른다. 그저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고, 예쁜 공간을 즐기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다.


아무래도 감성적인 성향이다 보니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흠뻑 빠진 듯하다. 지금껏 많은 카페를 다녀봤는데, 대부분의 카페가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성을 적셨다. 게다가 카페마다 뿜어내는 분위기도 다 다르지 않나. 구석구석을 살피며 공간을 감상하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를 아주 좋아한다.


분위기 좋은 공간. 책. 커피. 잔잔한 음악. 메모장. 오롯이 혼자. 이 조합은 내게 황홀감을 안겨준다. 통창 너머로 초록빛 풍경이 펼쳐진다면 산뜻한 감동은 배가 된다. 이런 고독한 시간이 나는 꼭 필요하다.







때로 지친 일상 사이에서 만나는 커피와 카페는

우리에게 단비 같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은은한 커피 향이 우리를 감싸주는 듯하다.

고단했던 오늘을. 괴로웠던 마음을.


어느 날. 내가 카페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지인 분이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며 데리고 가주었다. 예쁜 꽃들에 둘러싸인 정원이 있는 카페였다. 무언가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사람처럼 마음이 들떴다가. 야외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눈앞에 펼쳐진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한적함. 그 순간에 조용히,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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