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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Jan 09. 2025

서러운 밤.


뭐가 그리도 서러웠을까.

밤에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릴 만큼.


어느 작가님이 영상 하나를 올려 주셨다.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남성이 침대에서 돌아 눕더니 소리 내어 서럽게 흐느끼는 장면이었다. 문구는 이러했다.

"이 기분 알지.. 결국 터지면 주체할 수 없는 그 서러움."

 

영상을 보는 순간 눈물이 펑 터졌다.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서러움이 무엇인지를.

좌절의 시기를 오랫동안 겪으며 안에 쌓여 온 서러움이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주변에선 잘 몰랐을 것이다. 원래 밝음 뒤에 가려진 어둠, 웃음 뒤에 가려진 슬픔은 잘 보이지 않는 거니까.


영상 속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긴 싫고, 한 번씩은 내보내야 하는 소리가. 모두가 잠든 밤. 방구석에서 혼자 작지만 서러운 울음소리를 쏟아냈다.


그렇게 실컷 울고 난 후에 마음속을 고요히 들여다봤다. 그동안 억누르고 회피해 왔던 그 마음을 오늘밤만큼은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무엇이 소중한 마음을 쓰러지게 했을까?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불안하고 두려워서?


어쩌면. 모두 다일까?


그렇다. 모든 게 지치고 두려웠다.


소중한 걸 지키는 마음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일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는 일도.


모두 다.


갑자기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오는 것 같다.

그럼 다 포기하면 어때? 도망치면 어때?

그게 훨씬 더 쉽지 않아?


아니, 전혀.


아까보다 더 눈물이 났다.


차라리 내가 좀 힘들고 고생하는 게 낫지.

소중한 것들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것은 결코 더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랬더니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는 마음이 있었다.

단지 조금 울고 싶었던 것뿐이야.

울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너무 울고 싶어.

단지 그냥 좀. 울고 싶어.


'답은 내 안에 있다'라는 말이 맞나 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서 답을 찾게 되는 걸 보면. 단지 울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해서가 아니었을까. 꿈과 미래가 너무 소중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소중해서. 지나 온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인생이라는 여정은 지치고 힘든 순간이 숱하게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내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일을 피하지 말아야겠다. 우리에겐 분명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다. 서러운 밤이었지만 이내 소중한 생각들과 만났던 지금의 나처럼.


오늘 밤은 글과 음악이 나를 위로해 준다.


"고된 우리의 여행 속 꺼내어 봤을 때

아름다운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말에서, 음악에서, 영화나 드라마 속 대사에서,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추억 속에서, 책 속에서 만난 문장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의 조각들이, 희망의 조각들이 우리를 붙들어 준다는 걸 알았다. 이제 그 여정을 떠나보려 한다.


우리를 살게 해 줄 희망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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