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암

하루보듬 도덕경(71/3장)

by 신아연

71장은 내용이 짧아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공연히 제가 아는 척, 잘난 척을 하고 있나 봐요. 저야말로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병'에 걸렸나 싶네요.^^


결론부터 내놓지요. 노자께서 병을 병인 줄 알면 병이 아니라고 하시네요. 무슨 병이요?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병, 모르면서 아는 줄 아는 병. 그리고 성인만이 이 병이 없다고 하네요. 성인되기 쉽다, 어렵다? 어렵다! 그러니 이 병이 상당히 심각한 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보통 사람한테는 고질병인 거죠.


안다는 것이, 제대로 안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앎의 내용 자체도 다양하니 앎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지요.


가령 영을 작동시켜야 알 수 있는 앎이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혼에 들입다 시동을 걸고 있으니 영적 대상의 앎이 알아질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런 사람이 주로 하는 말이 "신(GOD)은 사람이 만들었다."입니다. 그런 태도로는 '도(道)'도 알 수 없습니다. 도 역시 혼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어제까지 세 가지 앎에 대해 이야기했는데(벌써 잊으셨다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야 제가 할 말이 계속 있지요. 마지막에 다시 정리할게요.) 오늘도 저는 앎에 대해 할 말이 있고, 다음 시간에도 할 말이 있고, 그 다음 시간에도 할 말이 있어서 71장을 2주에 걸쳐 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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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


자, 그럼 오늘의 앎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9년 전 한국에 다시 와서 글을 써서 먹고 살 길을 찾아 다니는 중에 대학 후배 왈, "언니, 한국에서 살려면 무슨 일을 하든 편을 가르고 어느 한 편에 서야 해요.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구도 속에 들어가야 살기가 편해요. 그래야 나를 보호해 주는 무리도 생기고요. 아무개 작가를 보세요. 헛소리, 독한 소리를 해대도 막아 주는 같은 편이 있으니 일반 독자들이 욕을 해도 멀쩡하죠. 그러니 언니도 일단 어느 한 편에서 글을 쓰세요."


그 말 듣고 제가 아연실색했지요. 아마도 어느 한 편에 서서 악악거리지 않아서 제가 이렇게밖에 못 사나 봅니다.


내편 네편 갈라놓고 내편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앎'이 아니라 '암'이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증상이 아니라 아예 알려고도 안 하는, 나머지 반쪽에 대해서는 고의적으로 눈 감고 나의 반쪽 앎을 온쪽 앎이라고 우기는 거지요. '내로남불'이 딱 그거잖아요.


노자도 같은 이야기를 늘 합니다. 내 기준이 옳다, 내 생각이 옳다는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는 한 도를 볼 수 없다고. 해는 악인 선인 구분없이 비추고, 내 밭에도 네 밭에도 비가 내리듯이 진정한 앎은, 진리는 결코 편파적일 수 없다며.


다음주에 71장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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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제 71 장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건강하며,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이 병이다.


병을 병인 줄 안다면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은 병이 없으니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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