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셀작가? 배설작가!

영혼의 PT(15) /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by 신아연


지난 PT 시간에 ‘혼으로 조진 신세 영으로 다시 피다’라고 했더니 ‘조진다’는 표현이 좀 그렇다는 독자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속하다는 말씀이겠지요. 자생서당 훈장으로서 반성합니다. ㅜㅜ


저번에도 한 번 ‘조진다’라고 썼지요. 그때는 다른 분이 ‘조졌다는 그 속된 한 마디에 웃음과 눈물샘이 동시에 터질 뻔했다.’고 하셨습니다. 공감적으로만 따진다면 뒤엣 분이 우세하지요.


저는 한 번씩 말을 ‘쎄게’해 줘야 말맛이 나고, 영혼이 쫄깃해 집니다. 마치 짠 음식에 소금을 더 치고, 이미 매운 음식에 고춧가루를 팍팍 더 뿌린다고 할까요? 느낌 오시죠?


32492186648.20220524185434.jpg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신영복출판돌베개발매2010.09.01.


이 이야기를 하니까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욕설의 리얼리즘’이 생각나네요. 신 선생은 제 선친과 옥중 동기라 제게는 좀 각별하시죠. 이제는 두 분 다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두 '신 선생'이 이 '신 선생(신아연)'의 글에 영향을 미쳤지요.


잠시 옮겨보겠습니다.


"교도소에 많은 것 중 하나가 욕설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는 실로 흐드러진 욕설의 잔치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욕설은 어떤 비상한 감정이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밖으로 돌출하는, 이를테면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싸고 ‘후진’ 해소 방법이라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과가 먼저 있고 사과라는 말이 나중에 생기듯이 욕설로 표현될 만한 감정이나 대상이 먼저 있음이 사실입니다. 징역의 현장인 이곳이 곧 욕설의 산지이며 욕설의 시장인 까닭도 그런 데서 연유하는가 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욕설은 '웃픈' 것이란 말씀이지요. 징역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혼이 병들었다고 봐야 겠지요. 그 증세가 바로 '욕설 대잔치'로 나타나는 거겠고요.


저야 뭐 욕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을 쎄게 한다는 자체가 영적으로 골병이 들었다는 뜻이겠지요. 6년 전 돌아가신 제 어머니는 성품이 거의 성모마리아 급이었음에도 이따금 비꼬는 버릇이 있었어요.


'비꼬지라도' 않으면 무기수 남편을 옥바라지하며 혼자 4남매를 키워야 하는 '비꼬아진'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견뎌내실 수 있었겠습니까. 비꼼은 어머니 나름의 '영혼의 당의정, 영혼의 영양제'였던 거지요.


저를 격려하려고 어제 몇 분이 "베셀 작가, 축하해요!"라고 하셨는데, 순간 저는 '배설 작가'로 들은 거예요. '베셀(베스트 셀러)'이 '배설'로 들렸으니 확실히 제 영혼이 성치 않은가 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사실상 '배설'입니다. '영혼의 배설'인 거지요. 혼자 버텨 온 저의 지난 10년, 글 배설이 없었다면 영혼의 변비에 걸려 병이 나도 중병이 났을 거예요.

제가 쓴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출간 2주 만에 2쇄를 찍었으니 저, '배설작가' 맞지요? ^^

394133526.jpg?type=w773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서 내가 들은 기막힌 농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365860?sid=10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살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실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