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죽는가

by 신아연


해 바뀌기 전,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시간은 낼 수 있지만 차분히 혼자 한 해를 돌아보고 싶다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무척 인상적이었고, 송구영신의 자세로 그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부터 차분히 글로 한 해 돌아보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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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올해는 제게 60평생 가장 행복한 해였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환갑선물을 아주 톡톡히 받았습니다. 막 반환점을 돈 인생 후반전의 첫 발이 가볍고 알차고 기쁘고 평안합니다. 본격 레이스가 펼쳐지는 내년이 기대로 충만합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 전도서 3장1~8절



요즘 읽고 있는 성경의 전도서가 꼭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중에서 저는 바야흐로 '나를 버리는 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60이후의 삶이 180도 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단 의미입니다.



에고와 자아의 삶을 청산하고, 참나와 큰나의 삶을 살기로 합니다. 성경적으로는 거듭난 자, 불경적으로는 깨달은 자가 되는 것이지요. 60살 이후에는 그렇게 사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살라고 환갑이 있고 인생 후반이 주어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두 번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60살 전에는 나를 위해, 60살 후에는 남을 위해.



60살이 넘었는데도 돈에 아등거리고, 명예나 권력에 바등거리는 것은 '때'를 모르고, '철'을 모르는 철부지(不)나 할 짓입니다. 철부지가 되면 여름에 외투 껴입고, 겨울에 속옷차림으로 나다니겠지요.



60넘어서도 때 바뀐 줄 모르고 그 전에 하던 대로 돈, 명예, 권력, 이성간의 사랑을 쫓다가는 죽을 '때' 몹시 괴롭고 두려울 것입니다. 평생 나밖에 몰랐지, 남을 위해 산 것이 하나도 없어서.



60이전에 저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질문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은 무엇으로 죽는가?"에 붙잡혀 있습니다. 잘 죽는 것이 이제 제게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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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나를 놓아버리면 잘 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정답입니다.



제가 맞은 환갑의 기쁨은 남은 생 동안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하나도 거창하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사는 것, 에고와 자아를 배불리는 것이 힘들지, 남을 위해 사는 것은 그냥 콩 한쪽 정도 나누는 걸로 충분합니다. 나를 위해 살 때는 아등바등해야 하지만, 남을 위해 살 때는 유유자적 내가 가진 것으로만 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쉬운 삶의 길을 두고 지금까지 왜 그렇게 험한 길을 헤맸나 모르겠어요. 그것 역시 때의 문제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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