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맛집 891 / 교토 여행기 1
지난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고베와 교토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19일 밤,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2023년 9월, 도쿄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 이후 4개월 만의 일본 방문이었지만 이번 여행의 의미는 각별했습니다. 이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 요한복음 16장 33절
혼자가 되어 호주에서 한국으로 되돌아왔던 2013년 8월 1일, 이후 지난 10년 간은 '압축 고난'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실 평수 2.5평 방에서 8년을 지내며 돈이 없다는 것이 사람을 어떤 지경으로 몰아넣는지 육적 생존의 바닥을 체험했습니다.
절박한 외로움이 우주 미아의 두려움으로 변질될 때 아무한테나 매달리고 싶어지는 심적 생존의 극한을 경험했습니다.
지켜주지 못했던 두 아들에 대한 죄의식과 죄책감으로 뼈조차 썩을 것 같은 영적 옥죔은 육적, 심적 고난을 가히 압도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이었습니다. 다른 죄는 몰라도 영적 죄를 지었을 때는 제 발로 지옥 아가리를 향할 수밖에 없기에.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떠할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지를.
그랬던 제가 세상을 이긴 것이죠. 아니, 제 자신을 이긴 거지요. 이번 일본 방문은 육, 혼, 영의 고난의 훈련을 10년 만에 통과한 후 '합격선물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시가현 석가산에 있는 절, 백제사의 고양이들
저는 일반 병사가 아닌 특전사 출신처럼 특별한 장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인내'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이리굴러, 저리굴러, 좌로우로 하는 사이 인내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으로 훈련되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인내를 배웠고, 인내의 끝은 축복이라는 것을 체험합니다.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는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이시니라 / 야고보서 5장 11절
이제 여러분과 함께 제가 다녀온 교토를 며칠에 걸쳐 되짚어 가보겠습니다.
교토는 윤동주 시인이 다닌 도시샤(동지사) 대학이 있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향이며, <금각사>를 쓴 미시마 유키오의 출생지이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인간 심리의 후미진 교묘함을 다룬 이 영화를 저는 몇 차례나 보았습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교토는 저를 가슴 뛰게 했습니다. 아래는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도시샤 대학입니다. 지나는 길에 차창을 통해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교토 시가현의 절 '백제사'입니다. 665년 백제의 왕자가 일본에 갔을 때 수행원들과 함께 이곳에 거처하도록 했다고 하여 절의 이름이 백제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