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화염이 내 마음에

신아연의 영혼맛집 899 / 교토 여행기 7

by 신아연


벌써 2월이 되었네요.



여행기 쓰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알았다 한들 뭘 어쩌지도 못할 테지만. 그럼에도 몰고가던 차를 신호등 앞에 멈춰 세우듯 잠시 시간 자체를 살핍니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일본에 그대로 있다가는 일상생활에 얽매여 그냥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버릴 것 같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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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녀왔으니 일본 작가의 상념으로 세월을 더듬어봅니다. 세계적 작가가 되면 시간에 대해 이런 거창한 강박증상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요, 속절없이 나이를 먹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을 틀 속에 우겨 넣으며 '달성해야할 무엇' 따위를 마음에 품지 않는 제 자신의 자유가 좋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말고 달성해야할 무엇은 없으니까요. 이 하루 속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어리석은 생각이나 판단을 하지 않고, 화내거나 분노 폭발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고 소망하는 것, 그것만이 남은 생 동안 제가 '달성해야 할 과업'입니다.



저는 엊그제 터무니없이 화를 내어 상대를 상처주었습니다. 인생을 망치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중에서, 탐(貪), 욕심을 부려 낭패를 보는 일은 그나마 독이 제일 약하고, 치(癡), 어리석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삶이 통째로 날아간 지금 모습이 그 증거죠. 앞으로 더 어리석어봤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을 만큼.



그런데 내 속에 진(瞋), 화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상당한 좌절을 줍니다. 탐진치 가운데 탐(욕심)과 치(어리석음)의 문제는 깨어 알아차리는 편입니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것에는 순간 사로잡혀 버립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 마음이 화염에 불타 오르듯.



이걸 다루지 못하면 일본의 진도 7의 지진처럼 제 스스로와 관계의 피해가 상당하겠지요. 어쩌면 모든 것이 파괴될 수도 있는.



아래 사진은 고베의 대지진 기념관인 <사람과 방재미래센터> 내에 있는 전시작품입니다. 회오리치는 화염 속에 모든 것이 빨려들고 삼키워지고 있습니다.



유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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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선생님,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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