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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Apr 18. 2024

당신, 본심으로 안락사를 원합니까?


최근에 <본심>이란 소설을 읽었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차츰차츰 눈길이 가고 흘금흘금 관심이 가는 1975년 생 일본 소설가입니다. 마침 아침글 독자 중에 저와 함께 이 작가의 책을 읽는 분이 있어 무척 반가웠지요.



2021년, 제가 동행하여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하신 분이 돌아가시기 전 제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히라노 게이치로라고 답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난 해 2023년에 그가 안락사 문제를 다룬 소설을 썼네요. 





       


        본심저자히라노 게이치로출판현대문학발매2023.01.31.





제목이 말하듯 '본심'이 있다면 그 본심을 감추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있다는 거겠지요. 우리는 종종 본심을 숨기고 '딴심'을 말할 때가 있습니다. 일부러, 때로는 부득이하게.  








소설은 조력사(안락사)를 택하려던 어머니의 '본심'이 알고 싶은, 즉 어머니가 진짜 본심으로 그걸 원하셨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괴로워하는 한 청년의 영혼 편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홀부모로 자신을 키워 준 어머니가, 세상에는 오직 단 둘이건만 그런 어머니가 '조력자살'로 자신을 버릴 생각을 했다는 것에 대해 크나큰 상실감에 시달리는 20대 청년.  



소설에서는 조력사에 대한 또다른 표현이 나옵니다. '자유사'라는. 



"하지만 그게 어머니의 본심이라는 걸 선생님은 어떻게 아시지요? 어머니는 사실은 좀 더 살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 그런 말은 쉽게 꺼낼 수가 없잖아요. 어머니 세대는 내내 미래의 짐짝 취급을 당해왔고 실제로도 이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됐어요. '자유사'가 미덕이라는 식으로 떠드는 책도 넘쳐 납니다. "



"국가가 지금처럼 절박한 시대에 오래 사는 것을 그대로 순진하게 긍정하는 것도 좀 문제잖아? 다음 세대를 배려해서 스스로 죽을 때를 선택한다는 거, 나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에둘러 얘기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세요. 이건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머님과 당신, 먹고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잖아. 어머님은 수명이 86세로 예측되었지만 앞으로 15년 이상 오래 살면서 갖가지 비용이 드는 것보다 아들에게 그 재산을 온전히 물려주는 것,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 따져본 뒤에 '자유사'를 결단한 거였어. 안타깝지만 이건 전혀 드문 일이 아니야. 이 '자유사'라는 게 유족 측에서는 별로 입밖에 내려고 하지 않으니까 공식적으로는 병病死로 해두는 일이 많지만 실상은 '자식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현장에서 지켜보면." 



어머니의 자유사를 승인해 준 의사를 찾아가 따지는 청년. 그리고 돌아온 의사의 대답, 두 사람의 갑론을박이 국가가 시행하는 안락사를 다룬 영화 <플랜75>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https://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296



소설은 곧 다가올 미래, 2040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요. 싫든좋든 두 나라는 변화의 궤를 함께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력사 문제만큼은 우리가 일본을 앞서고 선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에서처럼 조력사를 원하는 것이 본심인지 아닌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계속 살아있어도 괜찮은 거냐고 시시때때로 위압적으로, 때로는 부모의 마음인 척 하면서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이 사회의 냉혹한 짓거리. '스스로 좋아서 자유사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미 수없이 생각해왔던 나의 근본적인 인식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독백처럼 우리나라에 조력사가 합법화된다면 '자식들 눈치가 보여, 나아가 자식을 위해' 스스로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일어나겠지요.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product/o3jqNY2S06buUIHc9ftg4kEHMHP6oboWkzmtTgdluj8%3D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저자신아연출판책과나무발매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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