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아연 Jun 11. 2024

수치심과 죄의식 벗기


'마음'에 관한 글을 쓰려면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은 곧잘 수치심, 죄의식, 정죄감에 시달리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성당을 다니기 시작한 후배가 신앙을 가진 후 죄책감이 덜어지더란 말을 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어보이는 후배가 그런 말을 하는데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돌아보니 예미녀가 된 이후 저 역시도 죄의식이 시나브로 사라졌습니다. 가슴팍에 선명하던 주홍글씨가 점점 옅어지더니 이제는 거의 의식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게 죄는 두 아들을 제대로 된 사랑으로 돌보지 못한 거지요. 따듯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게 죄죠. 







하재열 작가의 '심상'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빌려 말한다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저'였습니다.   



사랑은 거울과 같기에 사랑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본 사람만이, 사랑의 공명을 받아본 사람만이 제대로 사랑할 줄 압니다. 제게는 그 거울이 없었습니다. 저는 밥만 먹고 컸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하는데 말이죠.  



마치 더듬이 없는 곤충처럼, 모국어 잃은 이방인처럼 제게 사랑은 그렇게 매번 방향을 잃고 빗나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게도 사랑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 어려운 사랑이 자녀양육에 이르자 갈피를 못잡고 완전히 우왕좌왕하게 되었던 거지요. 



그랬던 제게 두 아들은 엄마, 이제는 평안하라고,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고, 일평생 외롭고 고생 많이한 우리 엄마, 이제는 아무도 정죄하지 않으니 지금 이대로 자유하라고, 하나님의 평강이 늘 함께 하시라고 깊은 위로를 보내옵니다. 



제게는 로마서 8장 1, 2절 말씀이 두 아들의 나이만큼인 33~35년의 감옥살이에서 해방시키는 석방문 같습니다. "신아연은 이제 무죄!"를 선언하는.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그 '석방문'을 지난 해 5월, 붕어빵 둘째 아들이 직접 전해 주었으니, 그야말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는 법,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