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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n 21. 2024

감사라는 이름의 그릇

993 신아연의 영혼맛집


26일, 재판을 앞두고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죄가 깊은 곳에 은혜가 넘치듯, 곤란에 처한 곳에 도움이 넘칩니다. 



돈을 주고 한대도 이렇게 자상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공짜로 저를 도와주시는 변호사님, 독자 여러분들의 '기도의 쓰나미'가 저를 감동시킵니다. 



마치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처럼 무슨 일만 생기면 도움과 보호의 벽이 저를 두릅니다. 







© timmossholder, 출처 Unsplash





제가 지난 4월, 씨알재단에서 쫓겨나면서 김원호 이사장과 하던 글 수업 일자리를 잃었을 때 대번에 후원자가 나타나자, 제 후배가 "선배, 인생 참 잘 살았네." 이러더라고요. 



제가 잘 산 게 아니라 그냥 잘 살아지고 있는 겁니다. '도움열차'에 무임 승차하여 제 인생이 공짜로 얹혀가고 있는 거지요.^^



'아무일도 안 하고 먹고 사는 뻔뻔한 여자'라고 씨알재단 사무국장이 저를 노상 욕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죠. 공중의 새를 먹이듯, 들판의 꽃을 입히듯 주변 도움의 손길이 저를 먹이고 입히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내게 남은 날이 백일이라면>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product/hLxrR2oy94b4mmuummOH27sQP%2FQdk%2FitiaZjp1VD0es%3D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된 글쓴이는 별안간 말기암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쌓아온 화려한 명성도, 명예도, 부도 거품처럼 무의미해지고, 오직 '환자'일 뿐이라는 사실에 무너집니다.  



"죽음 앞에서 '왜 하필 나인가?'란 물음은 부질없다. 당신에게 백일이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비로소 '참 자기'를 찾게 됩니다. 이 책은 암을 통해 '거듭난 자'의 기록입니다. 



제가 한 유일한 일도 '무너져보았다'는 것입니다. 목숨만 빼고 다 빼앗겨 본 욥처럼 저 역시 살아만 있달 뿐, 다 빼앗겨 본 경험을 지난 11년 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는 것은 '감사'더라고요.  



거지가 동냥질을 하려고 해도 동냥그릇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저는 '감사'라는 그릇으로 여지껏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도와주고 계신, 도와주실 여러분, 


그리고 세상에 감사합니다! 







© hannynaibah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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