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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잘 했습니다

예미녀의 맛깔 난 영혼맛집 1037

by 신아연


지난 5일, 이사 잘 했습니다.



오늘부터 영혼맛집을 정상적으로 열어야 하는데, 인터넷 연결이 아직 되지 않아 지금, 집 앞 스타벅스에서 안부를 드립니다.



11년 만에 신림동 고시촌을 벗어나면서, 서정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8할은 바람이었다'를 패러디하여 '나를 키운 8할은 고시촌이었다(씨알재단 이창희 버전으로 말하면 '고시방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처럼 '내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고시방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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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나이 60이 넘도록 저는 도대체 무엇을 못 배워서, 뭘 잘못 알아서 11년 간이나 '고시방 훈련'을 받아야 했을까요?



한 마디로 하자면 '인간에 대해' 못 배워서 그렇지요.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관계 맺고, 사람답게 대접받고 대접하는 사람 사이의 황금률(Golden Rule)을 몰랐던 거지요.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예수님 말씀에 비추며, 태어나 지금까지, 특히 언어도단적으로 지난했던 결혼생활과, 미숙한 부모로서 두 아들에게 준 상처들이 모두 이 관계의 황금률에 어긋난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무너진 삶을 재건하던 10년 기간 중 마지막 3년째에 예수님 만나, 20년간 불화했던 아들들과의 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되고, 회복되다 못해 아들들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거처까지 옮기게 되었으니 저는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의 훈련은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기에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이란 말씀을 이제 새 보금자리에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훈련의 강도가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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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두 아들 다 죽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처럼, 남편과 두 아들과의 '관계의 죽음'을 겪고 가방 두 개로 한국에 되돌아 온 제가, 11년 만에 1톤 트럭 가득 짐을 싣고 거처를 옮겼으니, 먹이고 입히고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신 하나님께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지난 11년 간, 축복이 넘치고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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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사를 주인댁과 나눴습니다. 못내 서운해 하시며,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언제 신림동 올 일 있으면 꼭 집에 들러 밥 한끼 나누자, 국수라도 삶아 먹자."시며 길 가까지 배웅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회복의 은총이 가득했습니다. 그간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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