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 합법화를 희망하며 2
최근에 저는 제 연배 독거 중년 남성의 죽음과 함께 했습니다. 암 투병 3개월 중 약간의 간병비와, 지난 주 토요일 장례 때는 수의(壽衣) 장만 비용을 조금 보탰습니다. 금호강에 뿌려달라는 유언대로 뼛가루를 강물에 흘려보냈다는 마지막 소식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은 무척이나 살고 싶어했습니다. 생의 의지가 대단했습니다. 엄청한 통증을 견디고 견디며 삶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채 죽음 문턱을 넘었다고 할 만큼. 우리나라가 현재 조력사 허용 국가라 해도 그 분은 조력사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오빠도 25년 전에 45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합법이었다 해도 조력사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성향이랄까, 성격이랄까, 제가 아는 오빠는 왠지 그랬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주 돌아가신 그분을 보면서 "조력사가 합법화되어도 괜찮겠구나."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분처럼 죽음이 '찾아올 때' 죽겠다는 의지의 사람이 있다면,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가겠다'는 의지의 사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죽음 선택 의지 및 선택지'의 균형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이제는 그만 끝내고 싶다'는 의지를 결행토록 도와주는 제도, 즉 조력사를 합법화하여 죽음에 대한 또다른 선택지가 마련된다면 원하는 사람은 그걸 택하고, 안 원하는 사람은 안 택하면 되겠지요.
저의 이 생각은 "죽음이 과연 인간이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란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안락사 찬반이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종교 교리가 논쟁의 지렛대죠.
그러나 저는 이제 법대로, 법에 근거하여 죽음을 대하기로 했습니다. '내 생명이 내꺼라는 법적 근거'를 찾고 싶은 겁니다.
우리 헌법 제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 스스로가 개별적 인생관, 사회관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죽음 또한 그래야 겠지요.
헌법 10조에 따르면, 개별 국민의 의사 결정이 국가 의사 결정에 우선되어야 함에도,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조력사망을 하지는 못하도록.
국가와 나의 관계에서만 볼 때 생명은 원래 내 것인데, 내 것을 국가가 차지하고 있는 격이죠. 그러니 그 권리를 돌려달라는 것이죠. 조력사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