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판일지(32)
엊그제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엘 다녀왔습니다.
아니, 또 무슨 일로? 끝난 거 아니었냐고요? 시쳇말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죠.
다름이 아니라 지난 8월, 승소한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과의 저작권 소송 재판 기록을 복사하러 갔습니다.
세상에나, 그 작은 건에도 쌍방간 오간 서류가 A4용지로 무려 500매!
그걸 가져다 뭘 할거냐고요? 이겼으니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려고 합니다. 일껏 글 써주고 못 받은 원고료 250만원도 받아야 하고요.
청소년을 위한 인성교재를 출간한다는 재단에서 필자의 원고료를 떼먹질 않나, 멀쩡히 필자 것인 저작권을 양아치적 수법으로 빼앗으려고 소송을 걸질 않나, 그 과정에서 온갖 비열하고 저열하고 지저분하고 악질적인 모욕과 수치, 가스라이팅을 해대질 않나... 우리나라 청소년 인성 걱정하기 전에 김원호, 이창희, 썩어빠진 본인들 인성부터 조지라고 해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김원호, 이창희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일단 서류부터 낱낱이 검토하려는 거지요.
500매 서류의 맨 윗장 '출판금지가처분과 간접강제 신청'이란 소송 제목을 보니 만감이 오가네요. 이겼기 때문에 추억의 한 자락처럼 뿌듯하고 대견하고 흐뭇하게 돌아보게 됩니다만, 니꺼내꺼 변호사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요.
그러나 변호사님은 어차피 이길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말씀하시죠. 본인이 도와주지 않았다해도 이길 수 밖에 없는. 그 이유는 '요건과 효과' 때문인데 제 사건의 경우는 그 요건과 효과가 너무나 명백해서 시쳇말로 '빼박'이었단 거죠.
'요건, 효과'는 세포의 핵과 같아서 요건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결단코, 절대로, 그 어떤 경우에도, 죽다 살아나도, 신조차 재판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지금 재판이 지지부진하거나 과정이 억지스럽게 돌아가는 느낌이 있다면,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요건, 효과를 살피시기 바랍니다. 마치 가전제품이 작동하지 않을 때 콘센트에 플러그가 제대로 꽂혀있는지부터 점검하듯.
요건, 효과가 뭐냐고요? 내일 알려 드릴게요.
자, 이제 지난한 재판 과정의 시작점에 섰습니다. 지난 번엔 가처분 소송이니 결과가 3개월 만에 나왔지만 손해배상청구소송은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니꺼내꺼 변호사님이 말씀하시네요. 그럼에도 기꺼이 도와주시겠다며.
70년대, 정을병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육조지'가 생각나네요.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형사는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
독자 중 한 분은 6년 째 재판이 미뤄 조져지는 중이라고 하니, 제 재판도 판사가 얼마나 미뤄 조질지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