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시국이 어수선하네요. 어지간해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이 없는 저인데도, 요즘은 글이 잘 써지질 않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김이 빠지고 맥이 빠지는, 기분대로 한다면야 당장 요절을 내고 싶지만, 작금의 정치 구도에서는 탄핵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지난 7일, 토요일에는 국회 앞에도 다녀왔습니다. 젊은 시절 기자적 마인드로 피부적 민심을 파악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더랬지요.
여의도역에서는 감히 내릴 엄두도 못 내고, 한 정거장 전인 여의나루역에서 내렸는데도 지하철 역사 내부에서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시위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나 이른바 MZ세대가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사실에 놀랍고 슬펐습니다. 저는 아주 늙은 축에 속할 만큼.
어디 남겨줄 게 없어서 기성세대가 후대에게 시위 유산을 남겨주게 되었는지...
사안이 터질 때마다, 때는 이때다 하고 너도나도 숟가락 얹는 행태는 이번 시위에도 여전했습니다. 이른바 '꾼들'의 드높은 깃발과 목청은 마치 부부싸움을 할 때 과거지사까지 다 끄집어 내느라 정작 지금 무슨 일로 싸우고 있는지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었습니다.
춥고, 화장실 볼 일은 급하고... 마포로 건너가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고 또 다시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돌아오는 길, 이미 밤은 깊은데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 않고 국회 앞을 지키고 있는 젊은이들과, 자신들의 꿈에 몰두하여 신명나게 살아가는 두 아들이 겹쳐졌습니다.
미안하고 안쓰럽고 화가 났습니다. 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어 다음 세대의 삶과 꿈을 빼앗는지.
런던의 붕어빵 둘째아들이 걱정이 되어 오늘 새벽에 전화를 했지만, 제가 되레 아들 걱정이 되었습니다. 조국의 이 미개한 사태로 직장에서 위축이 되진 않는지.
미숙하기 짝이 없는 윤석렬 대통령은 '촉법대통령'이란 생각이 듭니다. 촉법소년이란 말에 빗대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된다.
부모가 자식 걱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자식이 부모 걱정하는 집구석처럼, 대통령이 국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 걱정하는 나라입니다.
오늘, 조력사 이야기를 하는 날인데,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날인데, 시국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만 말이 길어졌습니다.
하남미사강변고등학교 2학년 장** 학생, 미안합니다. 어른들이, 제가 이래저래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개인적 사정으로 내일은 글을 못 씁니다. 수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