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37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에는 ‘마음 밭’이란 말이 나온다. 사람은 ‘남이 아는 나, 내가 아는 나, 나도 모르는 나’ 이렇게 세 가지 모양이 있는데, 내 생각에 마음 밭은 세 번째의 나, 즉 나도 모르는 나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는가에 대한 것이지 싶다. 무의식의 의식화라고 할까.
마음은 무의식 차원의 작용이다. 툭 튀어나오는 말, 무심코 하는 행동, 어떤 일에 자동으로 드는 느낌, 반응, 이런 것들이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말실수란 것은 원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실수가 아니라 그게 바로 본마음이라는 거다. 실수했다는 것은 매끈한 포장이 벗겨져 날 것의 내용이 드러났다는 의미일 뿐. 아스팔트가 균열되어 내부의 흙이 보이고 취중에 의식을 뚫고 올라오는 진담처럼.
성경 마태복음에는 마음을 길가, 돌밭, 가시밭, 좋은 밭으로 비유하여 각각의 곳에 씨가 뿌려졌을 때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를 말하고, 노자 도덕경 41장에도 마음 밭에 관한 것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음 밭이) 훌륭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부지런히 행한다.
평범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반신반의 긴가민가 한다.
못난 사람이
도에 대해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
여기서 도란 참됨, 진리, 지혜를 말한다. 그런데 다음 말이 압권이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만한 것이 못된다.”
나는 어떤 마음 밭의 사람인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남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가. 아니면 그런 사람을 비웃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