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신아연을 만났나!

[김문수의 교만함에 대하여 2]

by 신아연

"황도수 교수, 수고가 참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선거관련 글 중에 이 보다 더 이론적으로 명확하고, 내용적으로 충실한 글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함께 고생한 신아연 작가는 누구인가요? 이 자리에 와 있나요?"


황도수는 그전부터 김문수와 알고 지냈지만, 나와 김문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때가 9월이었는데, 불과 3달 만에 김문수의 가면이 내 손에서 처참하게 뜯겨나갔으니,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인간사라더니.


전직 우파 국회의원 모임인 '자유헌정포럼' 지원으로 지난 여름, 황교수가 사전투표제도의 문제점을 총망라한 분석서를 낼 때 그 작업에 내가 동참했다. 황과 나는 올여름 살인적 폭염 속에서 '사전투표는 폐지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 한 권 분량의 글 작성에 꼬박 매달렸고, 그 날은 김문수를 초대하여 이른바 브리핑을 하는 날이었다.

하루 전날 황교수가 김문수에게 분석서 파일을 미리 전송했고,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김문수가 성실하게도 내용을 다 읽고 나왔던 터라, 황과 나에 대해 형식적이 아닌 진심어린 치하를 했던 것이다.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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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을 마친 후, 점심 식사 자리로 이동했을 때 김문수가 나를 찾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 전직 노동부 차관 김** 의원이 "장관님이 찾으시니 어서 여기 앉으라."며 본인이 앉았던 김문수 옆자리를 선뜻 내주었다.


김문수가 나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알고 싶어했지만, 압권은 나의 선친이었다. 선친 이야기만 나오면 속된 말로 게임 끝. 전에도 말했지만, 내 선친은 그 유명한 통혁당 사건 주범, 무기수로 20년 20일간을 옥살이 하다 88올림픽 때 가석방되셨다. 좌파 계보로 내 선친은 김문수의 대선배 격. 이른바 빨갱이였던 선친, 그리고 김문수. 그리고 그 딸, 묘한 인연이었다.


나에 대한 김문수의 호감은 선친으로 인한 것이니, 처음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당사자야 말할 것도 없고, 내 가족들이 박정희에게 당한 지긋지긋한 수모와 고통의 시간들을, 같은 일을 겪었던 김문수는 알거라는 위안과 함께. 장장 20년 옥살이를 한 내 선친에 비해 겨우 2년 감옥에 있었던 김문수는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김문수가 나에게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결혼 후 호주로 이민을 갔었고, 20년 넘게 남편한테 두들겨 맞고 살다가, 더는 못 견디고 옷가방 두 개만 달랑 들고 한국으로 되돌아 와 그제야 이혼하게 된 사연 등을 황교수를 통해 전해들었고, 관심과 연민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김문수는 나에 대해 다른 사람과는 다른 호감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 후 불과 3달 만에 김과 나의 만남은 악연이 되었으니, '차라리 신아연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러려고 신아연을 만났나', 나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김문수의 모골 송연한 탄식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후회는 김문수의 교만이 자초한 것이니 누구를 탓할 것이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니.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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