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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푸 Jun 08. 2024

9강 생기통천론1

하늘과 통하라

8주에 걸친 <상고천진론> 강독을 지난주에 끝내고 오늘부터 석곡 선생의 현토본 《황제내경》 제2권 <생기통천론>을 시작합니다. 저의 태극권 사부님 말씀이 <생기통천론>에 대한 석곡 선생의 해석이 남달라 재미 있다고 하셔서 저 또한 많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주 동안 <생기통천론>의 강독을 준비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내용이 어렵고, 원문 가운데 쓸데없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으며, 역주자들의 해석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옛 사람의 글을 읽을 때 가끔 주석가들이 원문의 참뜻을 흐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 <생기통천론>이 이러한 경우 같습니다. 저의 옛 스승이신 Donald Harper 교수님은 중국 고전을 공부할 때 주석에 의존하지 말고 원문을 ‘close reading’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분이 공부하신 버클리의 전통입니다. 옛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생기통천론>을 주석에 의존하지 않고 원문의 본뜻에 집중하니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풀렸습니다.  


꽁푸의 서론

‘생기(生氣)’는 인간의 생명 기운이다. ‘통(通)’은 관통(貫通), 통일(統一), 상응(相應)을 뜻한다. ‘천(天)’은 ‘천기(天氣)’ 즉 ‘하늘의 기운’이다. 그래서 ‘생기통천(生氣通天)’은 ‘인간의 생명 기운은 하늘의 기운과 관통하고, 합일/조화하며, 상응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늘의 기운 ‘天氣’는 자연의 음양 기운이다. 《황제내경》를 이루고 있는 생각은 ‘천인상응론(天人相應論)’이다. 하늘과 인간은 서로 통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따른다는 뜻이다. 천지자연과 인간세계가 같은 무리끼리 서로 어울리면 이 세계는 순조롭게 돌아가고, 개인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천인상응론’이다. 이러한 생각은 황로도가의 핵심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생기통천론>은 ‘천인상응론’을 구체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이제 강독을 시작한다.   


황제가 말하기를, 대체로 예로부터 <땅이> 하늘과 통하는 것은 생명의 근본이고, 음양<이 서로 통함>에 뿌리를 둔다. 하늘과 땅 사이 육합(六合)1의 안에서 그 기운은 구주(九州),2 구규(九竅),3 오장(五藏),4 십이절(十二節)5 모두가 하늘의 기운과 통한다. 그것[하늘의 음양]이 화생[化生]한 것이 <땅의> 다섯[오행(五行)]이고, 그것[땅의 오행]이 기화(氣化)한 것이 셋[삼음삼양(三陰三陽)]이다.6 이것을 자주 거스르면 나쁜 기운이 사람을 상하게 한다. 이것이 수명의 근본이다. 푸른 하늘[자연]의 기운이 맑고 깨끗하면 <인간의> 의지[志意]가 다스려지고, 이것에 순응하면 양의 기운이 굳건해진다. 비록 허사적풍(虛邪賊風)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를 입힐 수가 없다. 이것은 계절의 순서7를 따른 것으로, 그래서 성인8은 정신을 모으는데,9 하늘의 기운을 호흡하여,10 천지신령[神明]과 통하게 된다. 이것을 잃으면 안으로 구규가 닫히고, 밖으로 근막[肌肉]이 막히며, 위기(衛氣)11가 흩어져 풀리니, 이를 일러 ‘스스로 몸을 상하고 기가 깎인다’라고 하는 것이다.

黃帝曰: 夫自古通天者, 生之本, 本於陰陽. 天地之間, 六合之內, 其氣九州九竅五藏十二節, 皆通乎天氣. 其生五, 其氣三. 數犯此者, 則邪氣傷人. 此壽命之本也. 蒼天之氣, 淸淨則志意治, 順之則陽氣固. 雖有邪賊,12 弗能害也. 此因時之序, 故聖人傳精神, 服天氣而通神明. 失之則內閉九竅, 外壅肌肉, 衛氣散解, 此謂自傷, 氣之削也.


1. 상하(上下)와 사방(四方)을 ‘육합(六合)’이라고 한다. 코스모스를 뜻하는 우주(宇宙)는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개념이다. 하늘과 땅[上下]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이 ‘우’이고, 사계절이 ‘주’이다.

2. 상고 때 중국인들은 땅이 9개의 섬[州]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고대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섬을 ‘적현신주(赤縣神州)’라고 했다. 적현신주 안에는 또 기주(冀州), 연주(兖州), 청주(青州), 서주(徐州), 양주(揚州), 형주(荆州), 예주(豫州), 양주(梁州), 옹주(雍州) 등 9개 지역으로 나누었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의 별자리와 땅의 위치를 대응시켜 중국 전역을 28수(宿)에 배당하여 나누었다. 이것을 ‘분야(分野)’라고 한다. 이 또한 하늘과 인간세계가 서로 통한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한 예이다.

3. 구규는 귀, 눈, 코, 입, 요도, 항문 등 사람의 몸에 있는 9개 구멍이다.

4. 오장은 심(心), 폐(肺), 비(脾), 간(肝), 신(腎)이다.

5. 십이절은 어깨 관절, 팔꿈치 관절, 손목 관절, 고관절, 무릎 관절, 발목 관절 등 우리 몸의 12개 관절이다.

6. 첫 번째 ‘기(其)’에 대한 해석이 크게 둘로 갈린다. 석곡 선생은 인체로 보아, ‘그 생명은 오장이고, 그 기운은 삼초이다[其生五藏, 其氣三焦.]’라고 풀이했고, 니하이샤(倪海夏) 같은 중국 중의학자들은 ‘하늘의 음양[天之陰陽]’으로 보았다. 삼음삼양은 합하여 ‘육기(六氣)’라고 한다. 삼음에 해당하는 것은 궐음(厥陰), 소음(少陰), 태음(太陰)이며, 삼양에 해당하는 것은 소양(少陽), 태양(太陽), 양명(陽明)이다. 육기 중의 풍(風)이 궐음이 되고, 열(熱)이 소음이 되며, 습(濕)이 태음이 된다. 육기 중의 화(火)가 소양이 되고, 한(寒)이 태양이 되며, 조(燥)가 양명이 된다. 육기는 각각 오행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성질을 결합하여, 궐음풍목(厥陰風木), 소음군화(少陰君火), 태음습토(太陰濕土), 소양상화(少陽相火), 태양한수(太陽寒水), 양명조금(陽明燥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7.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 고대 중국인들이 보여준 노력의 결과물로 24절기와 월령(月令)을 들 수 있다.

8. 성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잘 아는 자이다. 즉, 통천자(通天者)이다.

9.  ‘모으다’로 번역한 원문은 ‘전(傳)’이다. 야오춘펑(姚春鵬)은 이 글자를 ‘전(摶)’으로 보았다. ‘모으다’를 뜻한다.

10. 하늘의 기운을 호흡한다는 것은 <상고천진론>에 나오는 ‘정기를 호흡한다[呼吸精氣]’와 같은 뜻이다. 통천자인 성인은 인간이 하늘과 통하는 방법으로 하늘의 기운을 호흡[服天氣]할 것을 추천한다. 우리의 몸에서 신(神)은 상체인 뇌(腦)에 있고, 정(精)은 하체인 신(腎)에 저장되어 있다. 기(氣)는 하단전에 있는데, 하단전을 ‘기해(氣海, 기의 바다)’라고 하는 것은 이곳이 기를 저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단전은 배꼽 아래인데, 이곳은 소장(小腸)이 자리잡고 있다. 한의학에서 소장은 태음(太陰)과 기를 주관하는 곳이라고 한다. 복식호흡/단전호흡을 할 때, 숨을 내쉬면 배꼽 부분에 있는 신궐(神闕)이 등쪽에 있는 명문(命門)에 가까이 달라붙고, 숨을 들이쉬면 신궐이 명문에서 떨어진다. 신궐은 신(神)을 저장하는 곳이고, 명문은 정(精)을 저장하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가 숨을 내쉴 때 신과 정이 서로 모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생기통천론>에서 말하는 ‘정신을 모으는[傳精神]’ 것이다. 정신을 모으는 것은 ‘하늘의 기운을 호흡하는[服天氣] 것을 통해 가능하다.          

11. 위기는 양기의 일종으로, 인체의 가장 바깥층을 보호하는 기운이다.

12. ‘적사(賊邪)’로 되어 있는 판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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