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을 거스르면 소양(少陽)1의 기운2이 생기지 않으니, 간3의 기운이 몸안에서 변한다.4 여름의 기운을 거스르면 태양(太陽)의 기운5이 자라지 않으니, 심장의 기운이 안에서 구멍이 생긴다.6 [‘동(洞)’은 구멍[空]이다.] 가을의 기운을 거스르면 태음(太陰)의 기운7이 거두지 않으니, 폐의 기운이 불에 타는 듯하고 <가슴이 가래로> 가득 차게 된다.8 겨울의 기운을 거스르면 소음(少陰)의 기운9이 품지 않으니, 신장의 기운10이 홀로 가라앉는다.11 대체로 사계절과 음양은 만물의 뿌리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봄과 여름에 양(陽)을 다스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음(陰)을 다스리니, 그 뿌리를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이 나고 자라는 문에서 만물과 더불어 뜨고 가라앉는다. 그 뿌리를 거스르면, 뿌리를 베게 되니, 그 본질[真]12이 무너진다. 그러므로 음양과 사계절은 만물의 처음과 끝이며, 삶과 죽음의 근본이다. 이를 거스르면 재해가 생기고, 이를 따르면 가혹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양생의 방법을 터득했다[得道]’고 이른다. 양생의 방법을 성인은 이를 행하고, 우둔한 사람은 이를 거스른다. 음양의 법칙을 따르면 살고, 이를 거스르면 죽으며, 이를 따르면 다스려지고, 이를 거스르면 어지럽다.13 순리에 반하면 거스르는 것이니, 이를 일러 ‘안으로 막힌다[內格]’14라고 한다.
1. 사계절을 음양으로 나누면, 봄과 여름은 양에 속하고, 가을과 겨울은 음이다. 양을 또 세분하면, 봄은 ‘소양(少陽)’이고, 여름은 ‘태양(太陽)’이다. 기운의 세기가 약한 것에는 ‘소(少)’ 자를, 강한 것에는 ‘태(太)’ 자를 붙였다. 그래서 음을 세분하여, 가을은 ‘태음(太陰)’, 겨울은 ‘소음(少陰)’이라 했다. 가을이 겨울보다 음의 기운이 더 세다.
2. 소양의 기운은 담[쓸개]을 가리킨다. 십이경맥 가운데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이 있다. 봄의 기운을 거스르면 봄과 상응하는 담에 문제가 생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3. 한의학에서는 간(肝)과 담(膽)이 표리를 이룬다. 그래서 나온 말이 ‘간담상조(肝膽相照)’이다. 하나는 몸안에 저장하고, 또 하나는 몸밖으로 배출한다. 몸안에 저장하는 것은 ‘오장(五臟)’이고, 몸밖으로 배출하는 것은 ‘육부(六腑)’이다. 간은 봄과 상응하는 기관으로, 몸안의 정기를 저장하는 ‘오장’의 하나이다. 담[쓸개]은 몸밖으로 배출하는 ‘육부’ 가운데 봄과 상응하는 기관이다.
4. 봄의 기운을 거스르면 봄과 상응하는 담의 기능이 떨어진다. 육부[바깥]에 문제가 생기면 오장[안]에 영향을 끼친다. 바깥에 있는 쓸개에 병이 들면[결석(結石)] 그 다음 순서는 안에 있는 간이 병들게 된다. ‘변(變)’ 자에 ‘어그러지다’는 뜻이 있다. 간에 나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간이 섬유화되거나, 간에 종양이 생기는, 나쁜 변화이다.
5. 태양의 기운은 소장(小腸)을 가리킨다. 십이경맥 가운데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이 있다.
6. 여름과 상응하는 ‘바깥’ 기관[육부]인 소장에 문제가 생기면 여름과 상응하는 ‘안쪽’ 기관[오장]인 심장에 구멍이 생긴다. ‘오장(五臟)’은 ‘정기를 저장하고 새어 나가지 않게[藏精氣而不泄]’ 해야 하는데, 여름 기운을 거스르면 바깥 기관인 소장에 문제가 생기고, 안쪽 기관인 심장에도 영향을 끼쳐, 심장에 구멍이 생겨 정기가 빠져 나간다. 배앓이를 하거나 손바닥에 더운 김이 나며, 정신이 없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등이 심장에 구멍이 생기면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정진명 선생은 ‘내동(內洞)’을 ‘안으로 뭉칩니다’라고 번역했다.
7. 태음의 기운은 폐를 가리킨다. 십이경맥 가운데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 있다. 폐[臟]와 표리를 이루는 부(腑)는 대장(大腸)이다. 십이경맥에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이 있다.
8. 가을에 폐의 기운이 거두지 않으면 충분한 진액(津液)이 생산되지 않아서 피부가 윤기가 없고, 거무스름하게 되며,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오장(五臟)은 정기를 저장하여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하는데, 몸안에 있는 탁기(濁氣)를 방출하지 않으면 탁기가 빠져 나가지 않고 몸안에 가득 차게 된다. 폐의 경우 탁기는 가래[痰]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래가 기도(氣道)를 막으니 숨이 가쁘고 기침이 난다[喘息].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옛날의 진인(真人)은 잠을 자면 꿈을 꾸지 않고, 깨어 있으면 걱정이 없으며, 단 것을 먹지 않고, 숨쉬기는 깊고 깊다. 진인은 발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 사람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古之真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不食甘, 其息深深. 真人之息以踵, 眾人之息以喉.]“라고 했다. 진인은 양생의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진인처럼 건강하게 살려면 우선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고, 단 것을 먹지 말아야 하며, 숨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쉬면 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니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기 어렵고, 베라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맹자(孟子)는 ‘부동심(不動心)’을 말한다. 마음이 굳건하면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는다. 숨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쉬는 방법으로 태극권만한 게 없다. 그런데 진인은 발꿈치로 숨을 쉰다고 한다. 어떻게 발꿈치로 숨을 쉴 수 있을까? 발꿈치로 숨을 쉬는 것을 ‘종식(踵息)’이라고 한다. 태극권과 도인체조를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발꿈치로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발꿈치로 숨을 쉬면 《황제내경》에서 말하고 있는 폐의 문제도 해결된다. 불에 타는 듯하던 폐에 윤기가 생기고, 나쁜 기운들이 폐에서 빠져 나간다. 발꿈치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꽁푸’가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꾸준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 꽁푸功夫이다.
9. 소음의 기운은 신장을 가리킨다. 십이경맥 가운데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이 있다.
10. 겨울은 만물을 품고 있는 계절이다. 겨울에 품지 않으면 신장을 상하게 된다.
11. ‘홀로 가라앉는다’의 원문은 ‘독침(獨沈)’이다. 어떤 판본에는 ‘탁침(濁沈)’으로 되어 있다. 번역하자면, ‘<신장의 기운이> 흐려지고 가라앉는다’가 된다. 신장은 정기(精氣)를 품는다[藏]. 신장은 또한 매우 뜨겁다. 뜨거운 신장은 음침하고 차가운 정(精)을 기(氣)로 바꾸고, 기는 임맥과 독맥을 따라서 위로 올라가 신(神)으로 변한다. 이것이 신장이 하는 일이다. 만약 족소음신경에 탈이 생기면 신장이 차가워지고, 그 결과로 정이 기로 바꿔지지 않고, 혼탁해져 지스러기 같은 것이 새어 나오는데, 그 증세로 나타나는 것이 무의식중에 정액이 몸밖으로 나오거나[遺精], 잠결에 오줌을 질금질금 싸고[遺尿], 오줌에 단백질이 있거나, 대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경우이다. 겨울은 만물을 품고 있는 계절이다. 겨울에 신장은 정을 품고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 탈이 난다. 겨울에 찬물에 들어가 수영을 한다든지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은 문을 닫고 만물을 품고 있는 겨울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겨울에는 양장(養藏)의 방법을 따라야 한다. 이를 거스르면 신장이 망가진다.
12. ‘진(真)’은 우리 몸의 근본이 되는 원기(元氣)이다. 사계절과 음양의 리듬에 순응하지 않고 역행하면 몸의 근본이 무너진다.
13. ’어지럽다[亂]’는 ‘다스리다[治]’의 반대이다.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가리킨다.
14. 원문은 ‘내격(內格)’이다. 격은 ‘싸우다, 막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내격은 옛 병명으로, 관격(關格)을 이른다. 음식이 급체하여 먹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보며 인사불성이 되는 병이다.
15. 원문 찰 ‘패(佩)’ 자는 등질 ‘배(背)’ 자로 써야 맞다. 등을 지니 ‘배반하다, 위반하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므로 성인은 이미 병든 것은 다스리지 않고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리며,1 이미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지 않고 아직 어지럽지 않은 것을 다스리니, 이것은 이를 이르는 것이다. 대체로 병이 이미 든 뒤에 약을 쓰고, 혼란이 이미 이루어진 뒤에야 이를 다스리는 것은 비유하자면 목이 말라서 우물을 파고, 싸우고 나서 무기를 주조하는 것과 같으니, 또한 늦은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