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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푸 May 24. 2024

6강 상고천진론6

자연의 리듬에 따르는 삶

우리가 텍스트로 삼고 있는 석곡 이규준 현토본 이외에 다른 《황제내경》 판본은 여기서부터 ‘상고천진론’이 아닌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으로 시작된다.


봄 세 달[음력 1월, 2월, 3월]은 ‘발진(發陳)’1이라고 한다. 하늘과 땅이 모두 살아나고, 만물이 이로 인해 무성해진다. 밤에 눕고2 일찍 일어나고,3 뜰에서 큰 걸음으로 걷는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을 느슨하게 하며, 이로써 뜻[志]을 생(生)으로 향하게 하여, <만물을> 나게 하고 죽이지 않으며, 주고 빼앗지 않으며, 상을 주고 벌하지 않는다. 이것이 봄 기운이 <만물에> 응하는 것으로, 만물이 나는 것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이를 거스르면 간을 상하고,4 여름에 찬바람을 맞는 변고가 생기고, 만물이 자라는데  이바지하는 것들이 줄어든다.

春三月, 此謂發陳. 天地俱生, 萬物以榮. 夜臥早起, 廣步於庭. 被髮緩形,5 以使志生. 生而勿殺, 予而勿奪, 賞而勿罰. 此春氣之應, 養生之道也. 逆之則傷肝, 夏爲寒變, 奉長者少.


1. ‘발진(發陳)’은 묵은 것을 펼치고 피게 한다는 뜻이다. 마치 겨우내 흙속에 움크리고 있던 뿌리나 씨앗에서 싹이 돋고 꽃을 피듯이 말이다.

2. ‘밤에 눕고’부터는 앞에서 인간이 자연법칙을 파악하고 난 뒤에 자연을 본받기 위해 인간들이 보여주는 노력들이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했다. 양생의 방법은 자연을 본받는 것이다.

3. 밤에 자는 시간은 저녁 9시부터 11시 사이다. 일찍 일어났다고 하는 시간은 대체로 3시에서 5시, 즉 인시(寅時)이다.

4. 왜 간을 상할까? 음양오행에서 봄은 나무[木}와 연결되고, 신체로 따지면 간이 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5. ‘완형(緩形)’은 팡송[放鬆]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생의 방법은 자연을 본받는 것이다.

여름 세 달[음력 4월, 5월, 6월]은 ‘번수(蕃秀)’1라고 한다. 하늘과 땅의 기가 서로 주고 받으며, 만물이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다. 밤에 눕고 일찍 일어나며, 대낮에 싫어함이 없다. 뜻을 노여움이 없게 하고, 꽃2을 아름답게 하며, 기를 발산하게 하는 것이 마치 좋아하는 것이 바깥에 있는 것처럼 한다. 이것이 여름 기운이 만물에 응하는 것으로, 만물이 자라는 것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이를 거스르면 심장3을 상하며, 가을에 학질에 걸리게 되며, 만물을 거두어 들이는 데 이바지하는 것들이 줄어든다.      

夏三月, 此爲蕃秀. 天地氣交, 萬物華實. 夜臥早起, 無厭於日. 使志無怒, 使華英成秀. 使氣得泄, 若所愛在外. 此夏氣之應, 養長之道也. 逆之則傷心, 秋爲痎瘧4. 奉收者少.


1. ‘번수(蕃秀)’는 만물이 우거지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2. 꽃[華英]은 얼굴빛을 가리킨다.

3. 심장은 여름과 상응한다.

4. 해학(痎瘧)은 학질을 뜻한다.


가을 세 달[음력 7월, 8월, 9월]을 ‘용평(容平)’1이라고 한다. 하늘의 기가 이로써 절박하고, 땅의 기는 이로써 밝게 된다. 일찍 눕고 일찍 일어나니, 닭과 함께 일어난다. 뜻을 안녕되게 하여, 가을의 형벌을 누그러뜨린다.2 신기(神氣)를 수렴하여, 가을의 기를 고르게 한다.3 뜻이 밖으로 노출함이 없게 하고,4 폐의 기를 맑게 한다.5 이것이 가을 기운이 만물에 응하는 것으로, 만물이 수렴하는 것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이를 거스르면 폐가 상하며, 겨울에 손설(飧泄)6에 걸리게 되며, 품는 것에 이바지하는 것들이 줄어든다.    

秋三月, 此爲容平. 天氣以急, 地氣以明. 早臥早起, 與鷄俱興. 使志安寧, 以緩秋刑. 收斂神氣, 使秋氣平. 無外其志, 使肺氣淸. 此秋氣之應, 養收之道也. 逆之則傷肺, 冬爲飧泄. 奉藏者少.


1. ‘용평(容平)’은 크게 두 가지 해석으로 갈라진다. ‘용(容)’은 ‘받아들이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평(平)’ 자이다. 첫 번째 해석은 ‘평’을 ‘여물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가을은 만물이 익는 계절이다. 두 번째 해석은 ‘고르게 하다’로 푸는 것이다. ‘용평’은 뒤에 나오는 ‘收斂神氣, 使秋氣平’을 줄여 쓴 말처럼 보인다. 가을은 만물을 안으로 거둬들여서 살기(殺氣)를 누그러뜨려 숨을 고르게 하는 계절이다.  

2. 가을은 살벌한 계절이다. ‘낫’으로 자연을 베는 계절이므로 사람들은 절박함을 느끼게 된다. 가을은 살생과 상응하여, 인간은 사냥과 전쟁을 가을에 행한다.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3. ‘가을의 기를 고르게 한다’와 관련하여, 태극권에서는 ‘심평기화(心平氣和)’란 말을 자주 쓴다. 마음이 평온하고 기가 부드럽다는 뜻이다.

4. 기를 발산하는 여름과는 달리 가을은 수렴하는 계절이라 ‘뜻이 밖으로 노출함이 없게 한다.’

5. 가을은 우리의 몸에서 폐와 상응한다. 가을은 수렴하는 계절이다. 숨 들이쉼을 잘하여 폐를 맑게 해야 한다.

6. 손설(飧泄)은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물을 설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간이 울결하고 비(脾)가 허하여, 청기(清氣)가 상승하지 못해서 오는 병증이다.


겨울 세 달[음력 10월, 11월, 12월]은 ‘폐장(閉藏)’1이라고 한다.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기(陽氣)를 어지럽게 함이 없다.2 일찍 눕고 늦게 일어나니, 반드시 햇빛이 나기를 기다린다.3 뜻을 잠복하듯 감추듯 하며, 이미 만족함이 있는 듯하며, 추운 곳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간다. 피부 밖으로 새어 나가서 기를 자주 빼앗김이 없게 한다. 이것이 겨울 기운이 응하는 것으로, 품는 것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이를 거스르면 신장4이 상하며, 봄에 위궐(痿厥)5에 걸리게 되고, 생명이 소생(蘇生)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들이 줄어든다.       

冬三月, 此謂閉藏. 水氷地坼, 無擾乎陽. 早臥晩起, 必待日光. 使志若伏若匿, <若有私意,> 若己有得, 去寒就溫. 無泄皮膚, 使氣亟奪. 此冬氣之應, 養藏之道也. 逆之則傷腎, 春爲痿厥. 奉生者少.


1. ‘폐장(閉藏)’은 ‘문을 닫고 품는다’는 뜻이다. 겨울에는 하늘의 문인 용문(龍門)이 닫힌다. 그러면 자연이 생장을 멈춘다. 용(龍)은 계절의 순환을 의인화한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책에 용을 정의하기를, “춘분에 하늘에 오르고, 추분에 물에 잠긴다.[春分而登天, 秋分而潛淵.]”라고 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하늘을 나는 용 ‘항룡(亢龍)’과 물에 잠기는 용 ‘잠룡(潛龍)’이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은 겨우내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씨앗에서 싹이 트서 두터운 흙을 뚫고 땅 밖으로 나오는 것을 의인화한 것이고, 물에 잠기는 용은 가을에 자연이 죽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잠룡대시(潛龍待時)’란 말이 있다. 물이 잠긴 용이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가을에 물에 잠긴 용이 하늘로 올라갈 봄이 되기를 기다린다는 거다. 겨우내 물에 잠긴 용은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와 같다. 자궁은 물의 세계이다. 겨울은 우주자연이 씨앗을 품고 있는 계절이다. 마치 어머니가 태아를 품고 있듯이. 

2. 원문 ‘요(擾)’ 자는 시끄럽다, 어지럽다는 뜻이다. ‘양기를 어지럽게 함이 없다’는 것은 양기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겨울은 양기를 발산하지 않고 품어서 저장하는 계절이다. 겨울에는 양기를 발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아침 7시 전후가 늦게 일어나는 시간이다. ‘햇빛이나기를 기다린다’는 말은 햇빛이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뜻이다.

4. 겨울과 상응하는 우리 몸의 장기는 신장이다. 신장은 또한 물과 상응한다.

5. 위궐은 손발이 쇠약해져 힘이 없고, 움직이거나 걷는 것이 불편한 병증이다. 특히 하지가 마비되는 것을 가리킨다. 궐은 기혈이 거꾸로 흘러 손발이 차가워지는 병증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해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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