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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푸 May 24. 2024

7강 상고천진론7

자연의 리듬이 깨지면


안녕하세요. '황제내경 읽기'를 연재하고 있는 꽁푸입니다. 제가 올리는 글들이 <황제내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설명에 번호를 달았습니다. 강독을 시작하겠습니다.



하늘의 기는 맑고1 밝은데, 덕을 감추는 것을 그치지 않으니,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2 [굳건하게 운행하여 쉬지 않으니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3 하늘이 밝으면 해와 달이 밝지 않으니, 나쁜 기운이 틈새를 뚫고 들어와 해를 끼친다. [하늘은 스스로 밝지 않고 해와 달을 통해 밝으며, 마음은 스스로 밝지 않고 귀와 눈을 통해 밝으며, 마음이 맑지 않으면 나쁜 기운이 틈새를 뚫고 해를 끼치며 귀와 눈이 밝지 않게 된다.] 양기(陽氣)는 강건하고 충만하며, 땅의 기운은 밝은 빛을 덮어서 가린다. [양기는 힘차고 튼튼하여 우주4를 가득 채워서 바깥도 없고 안도 없으며, 음체(陰體)는 부드럽고 비어 있어 양기를 받아들일 뿐이며, 사람의 몸[人形]이 양(陽)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땅의 몸[地體]이 하늘의 기를 덮어서 가리는 것과 같다.] 구름과 안개가 개지 않으면5 <땅의 기운이> 하늘과 상응하여 백로가 내리지 않는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통함이 드러나지 않으면 만물의 생명이 나고 자라지 않게 되고, 나고 자라지 않으면 이름난 나무가 많이 죽는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통하면6 구름이 흘러가고 비가 내려서 만물이 나고 꽃을 피며,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통하지 않으면 비와 이슬이 내리지 않아 초목이 말라 죽게 된다. 그러므로 심장이 신장과 교통하면 정기(精氣)가 생기고, 피가 충만해지며, 불[심장]이 물[신장]과 떨어지면7 정기가 없어지고 피가 마르게 되니, 이것은 죽음과 삶의 틀이 안으로 일부를 지나는 대강의 요지이다.] 양기[나쁜 기운]가 생겨나지[발산되지] 않으면8 비바람이 적절한 때에 일어나지 않고,9 백로가 내리지 않으면, 생기가 쌓여서 <통하지 않으면> 초목이 마르고 [완(菀)은 쌓이다는 뜻이고, 고(藁)는 마르다는 뜻이다.] 무성해지지[榮] 않게 되며, 나쁜 바람[賊風]이 빈번하게 이르고, 폭우가 수시로 일어나며, 하늘과 땅 그리고 사계절이 서로 간의 평형을 지키지 못하고, 자연의 도와 어긋나서, <초목은 생장이> 다 끝나기도 전에10 절멸하게 된다. 오직 성인만이 이를 따르니, 몸이 중병11을 앓음이 없다. 만약 만물이 생장의 도를 잃지 않으면 삶의 기운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   

天氣, 淸靜[淨]光明者也, 藏德不止, 故不下也.[健行不息故不墜下也.] 天明則日月不明, 邪害空竅. [天不自明以日月爲明, 心不自明以耳目爲明, 心不淸淨則邪害空竅耳目不聰明耳.] 陽氣者剛塞, 地氣者冒明. [陽氣剛實充乎六合無外無內, 陰體柔虛冒受陽氣而已, 人形之受陽如地體之冒天氣也.] 雲霧不精則上應白露不下. 交通不表, 萬物命故不施, 不施則名木多死. [天地交則雲行雨施萬物生榮, 天地不交則雨露不降草木槁死, 故心交腎則精生血榮火離水則精亡血枯, 此死生之機內經一部之大指也.] 陽[惡]氣不發, 風雨不節, 白露不下, 則菀[於遠反]11藁[槁]不榮, [菀蘊也, 藁枯也.] 賊風數至, 暴雨數起, 天地四時不相保, 與道相失, 則未央絶滅. 惟聖人從之, 故身無奇病. 萬物不失, 生氣不竭.


1. 석곡 선생은 원문 ‘청정(清靜)’에서 ‘정(靜)’ 자를 ‘정(淨)’ 자로 풀었다.

2. ’기우(杞憂)’란 말이 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늘의 본질은 밝은 것인데, 하늘이 그 덕을 감추고 빛을 발하지 않아야 자연의 리듬이 깨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하늘이 무너질 염려가 없다. 그런데 하늘이 본연의 밝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어 밝으면 해와 달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어 자연의 리듬이 깨진다.

3. 《주역(周易)》 <대상전(大象傳)>에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니, 군자는 스스로 힘쓰며 쉬지 않는다. 땅의 형세는 부드러우니[坤], 군자는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 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라고 했다. 석곡 선생의 주(注)에 있는 “굳건하게 운행하여 쉬지 않으니[健行不息]”는 여기에서 따 온 것이다. 그러므로 석곡 선생은 ‘장덕(藏德)’에서 ‘덕’을 하늘의 덕을 보았다.   

4. 원문 ‘육합(六合)’은 상하와 사방으로, 천지 또는 우주를 가리킨다.

5. 《황제내경》을 역주한 야오춘펑(姚春鵬)은 원문 ‘운무부정(雲霧不精)’에서 ‘정(精)’을 ‘정(晴)’이라 풀이했다. 그의 해석을 따라 번역했다.

6.’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통한다[天地交]’는 말을 ‘수승화강(水升火降)’으로 풀 수 있다.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간다. 땅[陰]의 차가운 기운인 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陽]의 뜨거운 기운인 불[태양]은 내려가야 우주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 수승화강을 사람의 몸에 적용하여, 차가운 기운을 상체로 올리고 뜨거운 기운을 하체로 내리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7. 석곡 선생의 주에 ‘불이 물과 떨어지면[火離水]’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불’은 심장을 가리킨다. 심장은 ‘여름-불’과 상응한다. ‘물’은 신장을 가리킨다. 심장은 ‘겨울-물’과 상응하기 때문이다.

8. 원문 ‘양기불발(陽氣不發)’에 대해 다른 판본에서는 ‘양(陽)’ 자를 ‘악(惡)’ 자로 표기하고 있다. 석곡 선생의 현토본을 따르면, ‘양기가 피어나지 않으면’으로 번역되고, ‘악’ 자로 보면 ‘나쁜 기운을 발산하지 않으면’으로 풀이된다.

9. 양기가 생겨나지 않거나 나쁜 기운이 흩어지지 않으면 비바람이 적절한 때에 일어나지 않게 된다. 자연의 리듬이 깨지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문 ‘풍우부절(風雨不節)’에서 ‘절(節)’은 ‘마디’를 뜻한다. 자연에는 24개 시간의 ‘마디’가 있다. 24절기(節氣)라고 한다. 24개 절기 가운데 곡우(穀雨)가 있다. 양력 4월 20일이나 21일이다. 곡식이 자라는데 필요한 비가 내리는 날이다. 중국 당(唐)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가 쓴 <춘야희우(春夜喜雨, 봄 날 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시 첫 머리에 “좋은 비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기 시작한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라는 구절이 있다. 양력 4월 20일은 곡식이 자라는 데 알맞은 비가 내리는 날인데,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곡식이 성장하는데 지장을 준다. 때에 맞춰 비가 내려야 한다. 양기가 생기거나 나쁜 기운이 흩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비바람이 제 때 내리지 않게 되니, 자연의 리듬이 깨진 것이다. 나쁜 기운이 빠져 나갈 수 있는 출로를 만들어 주면 건강해진다고 한다.

10. ’미앙(未央)’은 생물의 생장이 극점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 것, 즉 요절하는 것을 가리킨다.

11. ’기병(奇病)’은 중병을 뜻한다. ‘奇’ 자에 ‘심하다’는 뜻이 있다. 병이 심하니 중병이다.

12. 석곡 선생의 주에 있는 ‘어원반(於遠反)’은 원문 ‘菀’의 독음을 반절(反切)을 표시한 것이다. 반절은 한자의 음을 나타낼 때 다른 두 한자의 음을 반씩 따서 합치는 방법이다. 여기 있는 ‘어원반’을 예를 들면, ‘어(於)’ 자의 초성인 ‘ㅇ’과 ‘원(遠)’ 자의 중성 및 종성인 ‘ㅝ’와 ‘ㄴ’을 합친 ‘원’이 ‘菀’의 독음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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