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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푸 May 10. 2024

5강 상고천진론5

팡송이 중요하다

황제가 말하기를, “그의 나이가 이미 늙었는데도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라고 했다. 기백이 말하기를, “이것은 그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수명이 보통 사람들을 뛰어넘고, 기맥이 항상 통하며, 신기(腎氣)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비록 자식을 낳을 수는 있지만 남자는 64세를 넘지 못하고, 여자는 49세를 넘지 못하는데, 이 나이가 되면 남녀의 정기(精氣)가 모두 다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帝曰: 有其年已老而有子者, 何也? 歧伯曰: 此其天壽過度, 氣脈常通, 而腎氣有餘. 此雖有子, 男不過盡八八, 女不過盡七七, 而天地之精氣皆竭矣.


황제가 말하기를, “양생의 도를 터득한 사람은 나이가 모두 백 세가 되어도 자식을 낳을 수 있는가?”라고 했다. 기백이 말하기를, “양생의 도를 터득한 사람은 늙음을 멎게 하고, 신체를 온전히 하여, 몸의 나이가 비록 많더라도 자식을 낳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帝曰: 夫道者, 年皆百數, 能有子乎? 歧伯曰: 夫道者, 能却老而全形, 身年雖壽, 能生子也.


황제가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 상고 시대에는 진인(真人)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과 땅 그리고 음양의 변화를 파악하고, 정기(精氣)를 호흡하며,1 홀로 서서 신(神)을 지키고,2 기육(肌肉)3이 하나 같다. 그러므로 수명이 하늘과 땅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함께 하고, 끝나는 시간이 있지 않다. 이것이 양생의 방법을 지키며 사는 삶이다.“라고 했다.   

黃帝曰: 余聞上古有真人者, 提挈4天地, 把握陰陽. 呼吸精氣, 獨立守神, 肌肉若一. 故能壽蔽天地, 無有終時, 此其道生.


1. 《장자(莊子)》 <각의(刻意)>에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로운 것을 마시며, 곰이 <나무에 오르며> 몸을 곧게 뻗고 새가 <하늘을 날며> 두 다리를 펴듯이 하는 것은, 장수하기 위한 것일 따름이니, 이러한 것은 도인을 하는 선비나 양형(養形)하는 사람들몸을 요양하는 사람이나 팽조처럼 오래 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吹呴呼吸, 吐故納新, 熊經鳥申, 為壽而已矣, 此導引之士, 養形之人, 彭祖壽考者之所好也.]”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도인(導引)’을 《장자》를 주석한 이이(李頤)는 ’기를 이끌어 조화롭게 하고, 몸을 뻗어 부드럽게 한다.[導氣令和, 引體令柔.]’라고 풀었다. 도인은 호흡과 몸의 스트레칭으로 건강 관리를 하는 양생법이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호흡하고 스트레칭을 잘하면 팽조처럼 장수할 수 있다. 

2. 원문 ‘독립수신(獨立守神)’에 대한 견해가 다분하다. 우선 《황제내경》 강의로 유명한 쉬원빙(徐文兵)은 ‘독립(獨立)’을 한 사람이 서 있는 ‘참장(站樁)’ 또는 한 발로 서 있는 ‘금계독립(金雞獨立)’으로 보고 있다. 참장은 말뚝[樁]처럼 가만히 서 있는[站] 운동법이다. 태극권에서 ‘축기(築基)’를 위해 수련하는, 건강에 매우 좋은 운동이다. 금계독립은 한 발로 서는 무술 자세이다. 쉬원빙은 한 발 또는 두 발로 참장하고 호흡을 잘하면 내 몸 안에 신(神)이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진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태극권 사부는 ‘독립’을 ‘입신중정(立身中正)’으로 본다. 입신중정은 몸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핵심은 척추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몸을 바로 세우고 팡송[放鬆]하면 ‘수신(守神)’이 된다.

《노자(老子)에 ‘독립불개(獨立不改)’라는 말이 나온다. “물질이 뒤섞이어 이루어지니,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겼다네.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다네. 홀로 우뚝 서서 바꾸지 않고, 두루 행하여도 위태롭지 않으니, 하늘과 땅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而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為天地母.]”라고 한다. 여기서 ‘독립(獨立)’은 어떠한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선다는 의미로 쓰였다. ‘독립’을 참장이나 금계독립으로 보는 쉬원빙과는 다른 해석이다.  

우리는 앞에서 ‘염담허무恬憺虛無에, 진기종지真氣從之하야, 정신내수精神內守이니’라는 말을 공부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워서 마음 속에 아무 것도 없으면 진기(真氣)가 뒤따르고, 그러면 정신이 안으로 지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신(守神)’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황제내경》 어딘가에 나오는 “고요하면 신(神)이 지켜지고, 조급하면 사라진다.[靜則神藏, 躁則消亡.]”는 말은 ‘수신(守神)’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종합해 보면, 마음을 비워 마음을 편안히 하고, 홀로 고요하게 ‘입신중정’하여 서 있으면, 진기가 뒤따르고, 정신이 안으로 지켜지게 된다. 《노자(老子)》에 나오는 “마음 비움을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 지키기를 돈독히 한다.[致虛極, 守靜篤.]”는 말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3. ‘기육(肌肉)’은 ‘근육’을 뜻한다. 그런데 세밀하게 따져보면, ‘기(肌)’는 힘이 들어간 ‘육(肉)’이고, ‘육(肉)’은 팡송[放鬆]한 ‘기(肌)’이다. 현대인들은 부적절한 식생활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항상 근육을 긴장하고 있다. ‘기육여일(肌肉若一)’이 되려면 근육이 긴장하고 느슨해지는 것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근육의 단단하고 부드러움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팡송하기가 쉽지 않다. 팡송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팡송되려면 태극권이 최고의 운동이 아닐까.

4. 원문 ‘제설(提挈)’은 ‘파악(把握)’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중고(中古)의 시대에 지인(至人)이 있었는데, 덕은 순박하고 도는 온전했다.1 음양의 변화에 부합하고, 사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며, 세속에서 벗어났다. 정(精)을 쌓고 신(神)을 온전히 하여, 하늘과 땅 사이를 노닐고, 팔방의 멀고먼 변경 바깥을 듣고 보았다. 이러한 사람은 대체로 그의 수명을 늘리고 신체가 강건한 자이다. 그 또한 진인(真人)2으로 귀속된다.  

中古之時, 有至人者, 淳德全道, 和於陰陽. 調於四時, 去世離俗. 積精全神, 游行天地之間, 視聽八遠之外. 此蓋益其壽命而強者也. 亦歸於真人.


1. 도덕(道德)의 구별. ‘도(道)’는 하늘과 땅의 변화규율을 가리키고, ‘덕(德)’은 사람의 덕행과 행위를 가리킨다. 만약 천지자연의 변화 법칙을 장악하고 자신이 쌓은 인품이 천지자연의 변화에 부합된다면 도가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경계에 이르게 된다. 나의 태극권 사부는 ‘도는 하늘이고, 덕은 땅이다.’라고 풀이한다. 기공 잘하는 민선생님은 ‘덕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덕은 땅처럼 꾸준히 쌓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2. 상고 시대 진인(真人)보다 한 단계 낮은 중고 시대 지인은 진인이 ‘음양의 변화규율을 꽉 잡고 있는데[把握陰陽]’ 반해 음양의 변화에 부합할 따름이다. 지인은 풍진 세상에서 벗어나 산수가 수려한 곳에서 정기(精氣)를 호흡하며 은둔의 삶을 산다.


그 다음으로 성인(聖人)1이 있는데, 그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운 곳에 처하고, 팔방(八方)에서 부는 바람의 변화규율을 따르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세속에 맞추고, 성내는 마음이 없다. 행함이 세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거동이 세속을 모방하려 하지 않는다. 밖으로 일로 인해 몸을 피곤하지 하지 않고,2 안으로 생각에 빠지는 걱정이 없다.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것에 힘쓰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형체가 닳아 없어지지 않고, 또한 백 세를 살 수도 있다.

其次有聖人者, 處天地之和, 從八風之, 適嗜欲於世俗之間, 無嗔恚之心. 行不欲離於世, [被服章]3 舉不欲觀於俗. 外不勞形於事, 內無思想4之患. 以恬愉為務, 以自得為功. 形體不蔽, 精神不散, 亦可以百數.


1. 성인은 위의 지인보다 역량이 한 단계 낮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생활환경을 선택한다. 하늘과 땅이 조화로운 주거환경을찾기 위해서 옛 사람들이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풍수(風水)이다.  

2. 자신의 몸을 학대하지 말라.

3. ‘피복장(被服章)’은 글 가운데 쓸데없이 들어간 군더더기 글귀인 연문(衍文)으로 보인다. 관리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복식(服飾)을 뜻한다.

4. 원문 ‘思’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고, ‘想’는 다른 사람과 바깥 세상의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그 다음으로 현인(賢人)이 있는데, 그는 하늘과 땅의 변화를 본받고,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닮으며, 별자리의 운행을 구별하고, 음양의 순환변화에 순종하며, 사계절의 변화를 분별하고, 상고 때 진인(真人)을 추종하여 양생의 도에 부합하니, 또한 수명을 연장하지만  한계의 시간에 도달하게 된다.  

其次有賢人者, 法則天地, 象似日月. 辯列星辰, 逆從陰陽. 分別四時, 將從上古. 合同於道, 亦可使益壽而有極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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