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성찰> 시리즈 5
오늘 아침,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추석은 잘 지냈어?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시지?”
짧은 안부 속에 오랜 세월의 그리움이 스며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고향에 닿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대화 속엔 뜻밖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며칠 전, 친구의 남편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119를 불러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했다.
MRI 결과, 뇌로 연결된 세 개의 혈관 중 두 개가 40% 이상 막혀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바로 시술이 진행되었고, 다행히 결과는 매우 좋았다.
친구의 남편은 건강을 되찾은 얼굴로 퇴원할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새삼 부럽게 느껴졌다.
빠른 대응, 정확한 진단, 헌신적인 의료진—
그 모든 것이 친구의 남편을 지켜준 든든한 방패였다.
문득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캐나다의 현실이 겹쳐졌다.
이곳에서는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만큼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응급 상황에도 수술이나 시술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911을 불러도 10분 안에 도착하는 구조대는 드물다.
그 차이는 단순한 제도적 차이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실려갔던 그날.
그때 부모님의 연세가 지금의 내 나이였다는 사실에,
친구 남편의 일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의 남편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특별한 병력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긴 걸 보면,
건강이란 유리처럼 쉽게 금이 갈 수 있는 존재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지만,
몸은 그 시간을 속일 수 없다.
이제는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남편이 복용 중인 약의 이름과 용량을 꼼꼼히 기록해두기로.
혹시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우리 부부는 늘 건강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산다.
매일 아침, 건강한 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짧은 대화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늦게 만나 부부의 인연을 이어온 우리이기에,
앞으로는 더욱 건강하고 단단하게,
서로의 곁에서 오랫동안 웃으며 살아가고 싶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서로를 지키고,
서로의 삶을 아껴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까.
오늘, 먼 고국에서 들려온 안부를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건강은 삶의 바탕이고, 사랑은 그 위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멀리 있어도 마음은 닿아 있고,
나이 들어도 사랑은 더욱 깊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삶의 조각들을 이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