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성찰> 시리즈 4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맑은 날,
우리 부부는 집에서 두 시간 반 떨어진 사과 농장을 향해 길을 나섰다.
단풍잎들은 이미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도로 양옆에서 반짝이며 가을의 향연을 예고하듯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풍경은 눈을 호강시켜주는 선물 같았고,
마음은 어느새 가을의 품에 안긴 듯 따스해졌다.
가는 길에는 내가 운전대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이 운전한다는
우리만의 작은 약속.
준비해간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농장에 도착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온 듯한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평온이 피어올랐다.
햇살을 머금은 사과의 향기 농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품종의 사과들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실켄(Silken)’이라는 품종을 골랐다.
부드러운 식감과 아삭한 맛이 어우러진 실켄은,
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이며 우리를 유혹했다.
젖은 타월로 대강 닦아 한입 베어문 순간,
그 식감은 과히 장관이었다.
오감이 깨어나는 듯한 그 맛은,
단순한 과일을 넘어선 자연의 예술이었다.
이 농장은 우리가 벌써 4년째 찾아가는 곳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중국계 캐나다인 부부는
조용하고 인자한 분들로, 늘 따뜻하게 맞아주신다.
그들의 미소와 진심 어린 환대는
갈때마다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었다.
시골의 정취 속에서 돌아오는 길엔
작은 시골 마트에 들러,
농부들의 손길이 닿은 신선한 농작물들을 구경했다.
그 소박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삶의 온기를 마주했다.
배가 고파 준비해간 고구마와 커피, 토스트를 나눠 먹으며,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기쁨을 다시금 느꼈다.
이렇듯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함께 나눈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복으로 다가왔다.
사과 농장에서의 추억, 가을의 풍경, 따뜻한 대화와 웃음—
그것들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작은 보석들이었다.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어가며
이민자의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고향의 계절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리움은 때로 낯선 땅의 자연 속에서도 조용히 피어난다.
그날의 사과 한 입, 가을 햇살, 그리고 함께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