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할 때 그런 날이 있다.
산뜻한 마음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다가
업무량에 질리고,
반복되는 피드백에 지친다.
어느 순간부터 표정은 점점 굳고
걱정과 근심이 마음 한쪽에 쌓인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지만
‘드디어 퇴근이다’보다는
‘오늘도 야근이네, 젠장’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들 하나둘 자리를 뜨고
혼자 남아 야근을 하다 보면
배고픔과 피로가 동시에 몰려온다.
저녁을 먹고 오면
일은 새벽까지 갈 것 같고,
결국 배달 음식이나 컵라면으로 때운 채
다시 화면을 들여다본다.
열심히 집중했지만
일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겨우 마무리를 하면
온몸이 쑤신다.
집에 도착하면 이미 새벽.
눈을 붙이자마자
야속하게도 아침이 온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이런 하루가 반복된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즐거움보다 피로를 먼저 느끼지 않을까.
우리는 하루를 계획하고
한 달을 계획하고
일 년을 계획한다.
거창한 계획표가 없어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나름의 방향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 세운 계획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갑작스러운 약속,
몸의 컨디션,
예상치 못한 변수들.
계획이 틀어져서 짜증이 나기도 하고,
의외로 더 좋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오늘의 나는
계획이 틀어졌고
기분도 좋지 않았지만,
결국은 원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꼭 정해두고 가기보다는
가끔은 흐름에 몸을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힘을 빼고
이 순간을 견디듯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는 날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