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루지 않았다.
같은 지역에 살면
자주 찾아뵐 줄 알았다.
일에 지치고
몸의 피로가 올라오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면
나중에 찾아뵈야지
여유 있을 때 가야지
그렇게 또 미뤄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도
나이를 꽤 드셨는데
내일 가야지, 하며
평소처럼 지내다
그날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스치자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후회하지 말고 가야겠다.
그래서 오늘은 갔다.
퇴근 후 차를 타고 가니
저녁 8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외할머니는
온다는 말에
기다리고 계셨다.
평소엔 일찍 주무시고
케이크도 잘 드시지 않는데
오늘은 늦게까지 깨어
함께 초를 불었다.
내가 쓴 편지를 읽으며
할머니 얼굴에
잔잔한 웃음꽃이 피었다.
돌아오는 길은
몹시 춥고 피곤했지만
마음에는
할머니의 온기가 남아 있다.
—
스무 번째
오늘을 버티게 만든 온도는
'할머니의 웃음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