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84번째 생신

오늘은 미루지 않았다.

by 푸른혜


같은 지역에 살면
자주 찾아뵐 줄 알았다.


일에 지치고
몸의 피로가 올라오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면

나중에 찾아뵈야지

여유 있을 때 가야지

그렇게 또 미뤄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도
나이를 꽤 드셨는데


내일 가야지, 하며
평소처럼 지내다
그날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스치자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후회하지 말고 가야겠다.


그래서 오늘은 갔다.
퇴근 후 차를 타고 가니
저녁 8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외할머니는
온다는 말에
기다리고 계셨다.


평소엔 일찍 주무시고
케이크도 잘 드시지 않는데


오늘은 늦게까지 깨어
함께 초를 불었다.


내가 쓴 편지를 읽으며
할머니 얼굴에
잔잔한 웃음꽃이 피었다.


돌아오는 길은
몹시 춥고 피곤했지만

마음에는
할머니의 온기가 남아 있다.



스무 번째

오늘을 버티게 만든 온도는
'할머니의 웃음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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