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정희와 석준의 만남

by 일도


그날의 저녁을, 일도 역시 잊지 못했다.


붉은 노을빛이 골목 벽을 타고 사라지던 시간.

교회 앞 작은 마당에 스며드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자신을 향해 밝게 웃던 명희.


그녀는 마치 후광을 두른 천사처럼 보였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

하지만 턱선은 살짝 뾰족했고, 검은 눈동자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 그 선한 인상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가슴을 울린 건 그녀의 목소리였다.

맑고 부드럽고, 물결처럼 귀를 감싸오는 그 소리.

마치 새벽하늘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의 울음처럼, 낮고 순수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 그녀의 머리칼이 살짝 흩날렸다.

그리고 그 미소—

햇살처럼 따뜻하고,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그 미소에, 일도는 가만히 숨을 삼켰다.


그녀를 처음 본 그 짧은 순간,

무언가가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혔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잔잔한 충격.

그것은 연민도, 설렘도, 운명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한 어떤 감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도는 청년부 회장이 되었고, 명희는 부회장이 되었다.


둘 다 특별히 리더십이 강한 성격은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앙과 공동체에 대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실했고, 뜨거웠다.


말수가 적은 일도와, 조용히 미소 짓는 명희.

서로에게 말은 많지 않았지만,

기도 후 교회당에 맴도는 침묵 속에서 그들은 천천히, 조금씩 서로의 곁에 머물기 시작했다.




정희와 석준의 만남


어느 날, 정희가 새로운 청년을 청년부에 데리고 왔다.

“여기 석준 형제님이세요. 주산·부기 학원을 운영하시는데, 저희 학원 원장님이시기도 해요.”


석준은 보통 키에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콧날을 지닌 사람이었다. 양 볼의 여드름 자국이 다소 거칠고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금테 안경 너머로는 은은한 지성과 단단함이 묻어났다. 겉모습은 날이 선 듯했으나, 눈빛은 조용한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다. 학비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더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결심은 단호했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좇았다. 주산의 고단자였던 그는 곧 학원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전봇대에 붙은 종이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산 학원 인수하실 분을 찾습니다.’

간단한 문구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끌었다. 그는 적힌 주소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은 조금 낡았지만 큰 길가에 위치해 있었고, 2층의 입지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을 밀며 그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어떤 일로 오셨어요?”

“학원 인수 건으로요…”

“잠시만요. 원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여기 앉아 계세요.”


곧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원장실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에 커다란 책상이 보였고, 맞은편에는 소파와 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은 키에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반갑게 일어나 석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밝고 선한 인상의 그는 첫마디부터 말했다.

“저는 교회 집사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 학원 사정, 교육 철학까지 유쾌하고 진심 어린 말투로 풀어냈다.

잠시 후, 그는 문을 열며 여직원을 불렀다.

“송 선생님—”


조금 전 안내했던 여성이 들어왔다.

“이 선생님은 경리도 보시고, 아이들 주산도 가르치고 계세요.”


그녀는 보통보다 약간 큰 키에 균형 잡힌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이마를 덮은 일자 앞머리, 어깨 아래로 흐르는 매끄러운 긴 생머리.

무릎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조용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큰 눈, 오뚝한 코, 반듯하고 얇은 입술.

전체적으로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미인형이다.’

그 생각이 석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낭랑하고도 애교 섞인 목소리, 환한 미소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결국 석준은 학원을 인수했고, 송 선생—정희는 그대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주산, 부기, 웅변 등 다양한 과정을 도입하며 새로운 선생들을 영입했고, 학원은 점차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어느새, 석준과 정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 유쾌한 붙임성, 아이들을 대하는 다정한 태도.

모든 게 자연스럽고, 흠잡을 데 없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더욱 빛났다.

결국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 시절, 교회는 청춘 남녀들의 작은 연애의 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청년부, 대학부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커플이 탄생했다.

서로에게 신앙과 사랑을 나누는 풍경은 교회 안에 따뜻한 기류를 만들고 있었다.


keyword
목, 일 연재
이전 07화다면체 사랑 - 제2면체